"참된 철학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소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열 가지 명구를 강의 형식으로 다룬 책으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기독교 철학자 강영안 교수의 농축된 사상을 맛볼 수 있다. 출처나 의미가 잘못 알려진 10가지 명구를 화두 삼아 상식의 오해를 바로잡아 준다. 하나님, 인간, 세상에 대해 철학적?신학적으로 해석하고 반성하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로나19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제안한다.

 

◇목차

해설

강의를 시작하며 진실은 단순하나 우리 삶은 애매하다



1부 하나님과 인간

1강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유곽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을 찾고 있다”

2강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3강 하나님 나라와 내면성: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2부 신앙과 이성

4강 믿는다는 것: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

5강 안다는 것: “너희가 믿지 않으면 알지 못하리라”

6강 신학한다는 것: “신학은 하나님으로부터 배우고, 하나님을 가르치고, 하나님께로 인도한다”



3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7강 교회개혁의 참 의미: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8강 그리스도인과 진리: “참은 사물과 지성의 일치이다”

9강 코로나 시대의 그리스도인: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마지막 강의 일상, 하나님의 선물: “헛되고 헛되다”

강의를 마치며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철학한다는 것

 

◇책속에서

P.25~26
우리가 아는 명구(名句) 가운데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해 가장 잘못 알려진 문구는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문구는 “유곽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을 찾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못 알고 있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오해할 만한 근거가 없지 않았습니다. “유곽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을 찾고 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체스터턴)이 한 말이라고 생각해 온 문장입니다. 유곽(遊廓)은 몸을 파는 여인들이 사는 집입니다. 술과 여인이 있는 집을 찾아감을 하나님 찾음에 비유하는 일은 목마른 사람이 풀무불에 뛰어든다고 묘사하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처럼 상반되고 모순된 표현으로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말은 체스터턴이나 C. S. 루이스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유곽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을 찾고 있다”는 말을 체스터턴이 했다고 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대에 사회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 여전히 사회주의자로 남아 있다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이 말도 체스터턴이 한 말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둘 다 체스터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P.62
하나님의 나라,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통치는 세상 방식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한 알의 밀이 죽어 열매를 맺듯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승리함으로 죄 사함의 은혜를 가져오고 만인의 생명을 살려내는 방법이 예수님의 정치 방식이요 통치 방식입니다(요 12:24). 그것은 힘으로의 통치, 자기 영광을 받는 방식의 통치가 아니라 오히려 고난과 희생을 통과한 승리요 영광이었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얻은 승리로 죄 사함의 은혜를 받고, 그 은혜로 세상에 들어가 자신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한 알의 밀이 되어 썩어 죽기까지 세상을 섬기도록 보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부름을 받은 까닭은 삶의 자리로 보냄을 받아 각자 살고 있는 삶의 자리를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동역하기 위함입니다. 겉으로는 지극히 소수이고 미미하고 변방의 존재에 머물지라도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힘없는 사람처럼, 연약한 사람처럼, 마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처럼 세상에 현존하면서 세상의 삶의 방식을 전복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P.166~167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참된 철학자이다”(Verus philosophus est amator Dei)라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는 문자 그대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지혜 자체’인 분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참된 철학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참된 철학’이라는 생각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줄곧 가졌습니다.

 

P.294
논리적으로 따져 묻거나, 이론적으로 이렇게 또는 저렇게 생각하는 활동이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철학하는 데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철학하고 학문한다고 할 때, 아니, 그리스도인으로 산다고 할 때, 삶이 먼저이고 이론적이고 반성적인 사고는 삶에 뒤따라온다는 것입니다. “먼저 사십시오, 그러고 나서 철학하십시오”(Primum vivere, deinde philosophari).

 

◇추천글

김동규 (철학자): 이 책 『철학자의 신학 수업』은 우리 시대 한국 철학계의 숲에서 큰 나무로 자리 잡은 한 그리스도인 철학자가 신앙과 신학의 여러 주제를 철학적으로 반성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데카르트, 칸트, 레비나스, 폴라니, 주자, 함석헌 등 동서양의 저명한 철학자들에 관한 탁월한 해석을 담은 글을 썼고,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등 철학의 주요 분과 전반에 걸쳐 통찰력 있는 연구를 수행해 온 학자입니다. 또한 그는 단순히 이론적 연구를 넘어 철학 이론과 여러 사상가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우리의 일상적 삶에 적용하는 실천적 연구도 함께 펼쳐 왔습니다. 특별히 삶과 죽음, 일상과 초월, 주체성과 타자성 등 ‘세계-내-존재’(In-der-Welt-Sein)인 인간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실천적 주제를 탐구함은 물론, 더 최근에는 본인이 의지하고 추구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데 깊은 관심을 두고 여러 의미 있는 저서를 내놓고 있습니다(아마도 이것이 현재 저자의 최고 관심사일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 이 그리스도인 철학자는 본인의 다른 저술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한길사, 2012)에서 “철학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묻고 답하고 읽고 대화하는 가운데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철학의 장소와 철학함의 의미에 대한 좋은 정의일 뿐 아니라 저자 자신의 철학적 실천의 중요한 면모를 잘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업 상당 부분을, 심지어 엄밀한 이론적인 글에서도 먹고, 자고, 일하고, 병들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사랑받기도 하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의미를 해명하는 데 할애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을 수행할 때, 그는 우리보다 먼저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성찰한 바 있는 철학자들의 텍스트를 사유의 밑거름으로 삼습니다. 저는 이 책 『철학자의 신학 수업』에 이러한 저자의 사유 방식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 일반의 삶이 아닌 종교적 인간의 삶, 곧 그리스도인의 삶과 그 삶의 방식으로서의 신앙을 검토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에 철학의 자리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빌려 표현하자면, “신자의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신앙에 대해 묻고 답하고 읽고 대화하는” 것이 본서를 통해 감행한 신학 수업의 방향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의 1부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들을, 2부는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들을, 그리고 3부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올바르고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1부와 2부의 주제가 이론적인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저자는 이를 철저히 신앙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 다룹니다. 이를테면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언급하면서 죄로 일그러진 인간의 비참함이 역설적으로 하나님을 찾게 만든다는 사실을 체스터턴과 파스칼을 경유하며 밝혀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찾는 일 자체가 삶의 역설에서 비롯한다는 말이지요. ‘신학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6강에서도 저자는 삶에 대한 관심을 계속 보여줍니다. 저자에 의하면, 신학은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하나님을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때 신학은 하나님만을 탐구하고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배제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이 그리스도인 철학자가 잘 지적한 것처럼, 참된 신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와 인간의 삶, 그리고 역사와 문화 전반을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저자가 에라스무스와 칼빈을 통해 발견한 기독교 철학에 대한 정의, 곧 “영원한 삶을 향하는 도정이며, 자기 인식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포함한 지혜를 추구하는 삶”이라는 정의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렇게 본서에서 펼쳐지는 철학자의 신학 수업은 그저 하나님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삶을 역시나 선물로 받은 이성을 통해 그리고 그 이성을 잘 사용했던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의 텍스트에서 비롯하는 지혜를 거쳐 진지하게 검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철학자로부터 신학을 배운다고 할 때, 학문으로서의 신학을 습득한다기보다 ‘삶의 방식’(ars vitae)으로서의 신앙과 그 신앙을 구체적으로 반성하는 신학을 배운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수업 방향에 집중하면서 제가 제시하는 본서의 두 가지 기능에 함께 주목한다면 독자들은 더 많은 통찰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로 교정적(敎正的) 기능입니다. 저자는 거의 모든 장마다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지식을 거론하고 이 통념을 바로잡는 가운데 논의를 전개합니다. 이를테면 스피노자의 말로 알려진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사실은 그의 말도 아니고, 또 항간의 주장대로 루터의 말로 보기에도 어렵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테르툴리아누스가 한 말로 알려진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라는 말 역시 그가 한 말이 아니며, 교회개혁의 구호마다 빠지지 않는 ‘오직’(Sola)이라는 수식어를 정작 교회개혁자들은 구호처럼 사용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한 오류가 생겨난 근원을 따져가며 친절하게 밝혀 줍니다. 이런 안내를 잘 따라간다면 독자들은 교회나 사회를 통해 잘못 전승된 통념을 교정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교훈적(敎訓的) 기능입니다.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는 것은 그야말로 교정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철학자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철학자의 더 중요한 역할은 우리의 실제 행동과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가르쳐 일깨우는 일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깨우고, 전도서의 코헬렛이 신자들을 깨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한 예로 저자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라는 말을 테르툴리아누스가 한 적이 없음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테르툴리아누스 역시 신앙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추구했음을 밝혀냅니다. 말하자면 테르툴리아누스도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이 하나님에게는 가능하다는 역설을 합리적으로 논증했으며, 이렇게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신앙의 이치를 깨우쳐 알아가는 일이 참된 신앙임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알려 주고자 합니다.

이런 교훈적 기능은 본서의 3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여기서 저자는 이른바 사실이나 진실보다 나와 내가 속한 진영에 유리한 것을 진리로 믿게 만드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와 전염병으로 인해 온 인류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작금의 팬데믹 상황에 놓인 그리스도인들이 거짓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온유하고 겸손한 삶, 이웃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합니다. 특별히 이런 저자의 가르침은 근거 없이 선포되는 설교조의 강권이 아니라 성경과 교부, 그리고 교회개혁자들의 지혜에서 벼리어진 것이기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성경과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는 분들이라면 저자가 해당 원천에서 세심하게 길어 낸 가르침을 지혜의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혜의 교훈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포스트 트루스와 팬데믹이라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신앙인의 삶을 추구하며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일상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Memento mori, Carpe diem!

 

◇저자 소개

  • 지은이: 강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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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작 : <철학자의 신학 수업>,<읽는다는 것>,<레비나스 철학의 맥락들 (큰글자책)> … 총 55종 (모두보기)
  • 1952년 경상남도 사천에서 태어났다. 고려신학대학(현 고신대학교) 재학 중 네덜란드에서 신학을 공부할 생각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옮겨 그곳에서 네덜란드어와 철학을 공부하였다. 1978년 벨기에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벨기에로 건너가 루뱅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학사와 석사 학위를, 198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칸트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레이든대학교 철학과 전임강사로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맡아 강의했으며, 귀국 후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벨기에 루뱅대학교 초빙 교수로 레비나스를 연구하였고, 미국 칼빈칼리지에서 초빙 정교수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강의하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기독교학문연구회, 한국칸트학회, 한국기독교철학회, 대한철학회, 한국철학회 회장, 인문학대중화위원회 위원장,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두레교회와 주님의 보배교회 장로로 섬겼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와 미국 칼빈 신학교 철학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믿는다는 것』『대화: 철학자와 과학자, 존재와 진리를 말하다』(복 있는 사람), 『강교수의 철학이야기』『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강영안 교수의 십계명 강의』『읽는다는 것』(IVP),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한길사), 『주체는 죽었는가』『자연과 자유 사이』(문예출판사), 『타인의 얼굴』(문학과지성사), 『도덕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소나무), 『칸트의 형이상학과 표상적 사유』(서강대학교출판부), 『종교개혁과 학문』(SFC출판부), 『묻고 답하다』(홍성사),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인가』(궁리)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신은 존재하는가』(복 있는 사람),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몸·영혼·정신』『급변하는 흐름 속의 문화』(서광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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