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 김윤하
누군가 나에게 교회를 위해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죽는다는 것의 실체와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더 아파왔습니다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 온몸의 전율로 느껴졌습니다.
이 아픔이 죽음이요 십자가의 못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모두 다 내려놓으라고 말했습니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자유하며 살라고 위로의 말을 합니다.
그래서 나의 위치도 권한도 사역도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내려놓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실족하고 상처 입은 성도들이 나에게, 나를 통곡하게 만듭니다.
누군가 나를 들추어 나쁜 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온갖 거짓과 음해로 나의 인생을 짓밟아 버렸습니다.
내 속에 나쁜 것을 찾아 죄인임을 고백하며 통회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나쁜 놈이 좋은 놈이 될 때 실족할 뻔했습니다
교회 안에 너나 나나, 모두가 나쁜 놈의 모습만 보입니다.
터키 반 호수에는 악다마르 아르메니아 교회당이 서 있습니다.
오래전에 종탑 꼭대기 십자가를 이슬람이 철거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 하나 복원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어느 날 악한 영이 교회에 침입하여 십자가를 무너뜨렸습니다.
25년 사역의 끝이 십자가가 무너져 내리는 와르르 소리입니다.
누군가 무너져 내린 교회에 십자가를 다시 세울 수만 있다면,
내가 죽고 내려놓는다는 것이 십자가를 세우는 일이라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서슴없이 죽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내 심장으로부터 용암처럼 피가 흘러내려도 참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져 교회가 바로 선다면 십자가에 못 박히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정말 나를 알고 내 마음을 알고 계십니까?
은둔과 침묵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능한 자였습니다.
25년을 쏟아부은 교회의 황폐함을 보는 유령인간이었습니다.
허울 좋은 원로 목사도 의식과 가슴이 있고 심장이 있습니다.
제발 이제는 누군가? 의 형식적인 말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글/사진
25년의 역사와 함께 했던 교회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아파하시는 마음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이 문장이 누군가? 의 형식적인 말일지 몰라 죄송합니다).
이제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목사님께서는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목사님께서 내려놓지 않으시면 앞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속에 있는 청빙 등의 절차들 가운데
오해를 받으실 것 같습니다.
애통함 가운데 계신 목사님께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