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사진@코닷 자료실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사진@코닷 자료실

2009년도에 출간된 캐스 선스타인의 루머(인터넷 시대에 던지는 신문명비판)”라는 책에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극단화란 두 경로를 통해서 위력을 발휘한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폭포효과란 몇 사람이 확실치 않은 내용으로 소문을 내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믿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누군가가 나쁜 짓을 했다고 말하면 이를 들은 사람은 반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 소문에 동조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서 루머는 확산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짓 소문은 폭포처럼 널리 퍼져나갑니다.

집단극단화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견해로 결론짓고 자기들이 이루려는 목적으로 치닫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들은 최대한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루머를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를 듣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가진 편향된 입장에 맞추어 질문을 처리하는 편향동화로 받아들입니다. 어떤 뜬소문이 있을 때 그 소문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규명하여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소문에 부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결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루머는 어떤 집단의 무리들이 계획적인 목표를 가지고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가 섬겼던 교회 사건이 일어난 초기에 노회에 어느 분에게 간곡하게 우리 교회를 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때 그분은 목사님! 이런 일은 사실도 중요하지 않고 법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론몰이가 이깁니다.” 다시 말해서 숫자가 많이 따르는 쪽이 이긴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때 나는 목회를 여론몰이로 사역한 일이 없으며 문제가 일어나면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므로 하나님의 뜻을 따를 뿐이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 후에 다시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여론몰이라는 새로운 정치기법이 교회 목회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실도 중요하지 않고 법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대중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대 정치나 사회에서 대중을 움직이려면 루머가 최고의 방법입니다. 오늘 우리 정치도 여론몰이로 대중을 움직여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들을 이끌고 가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 사건의 원로목사 배후설이나 개입설은 바로 여론몰이로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퍼뜨린 루머였습니다. 내가 던진 한두 가지 말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확대하여 죄인으로 만들고 심판해 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여론몰이가 교단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론몰이는 지극히 세속적인 정치 방법이요 인본주의에 근거한 방법입니다. 교회 정치는 성경적인 근거 위에서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시키지는 않았는가? 교회가 진리를 벗어난 것은 아닌가?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교회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한 것은 아닌가? 이런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교회 정치인데 인본주의 적인 관점으로 다루다 보니 여론몰이에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 나는 여론몰이라는 신조어를 알게 되었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문제가 총회 재판국에서 다루어지면서 재판국원 중에 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 나는 교회 문제에 간여하지 않은 상태였고 간여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집을 떠나 은둔 중이었는데 잠시 집에 들른 것을 아시고 연락하고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 그분이 저에게 한 말 중에 기가 막힌 말이 있습니다. “목사님 재판은 진영논리로 갑니다. 그러니 목사님도 벌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제게는 협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진실위에서 판결을 해야지 무슨 진영논리로 재판을 합니까? “고 반박했지만, 그분으로부터 목사님 교단 정서나 재판국 사정도 그런 것이 아닙니다.” 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한참 동안 해머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목사 지지하는 편과 반대편이 서로 갈라져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양비론적 입장에서 타협적인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재판국에서는 저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로 목사는 이 사건에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판결했으면서도 재판 중에 제가 덕이 없어서 이런 사태가 왔다.”는 말을 빌미로 삼아 덕을 끼치지 못했다고 근신 처분을 내린 것입니다. 뒤에 알려진 바로는 목사를 정직 처분하는 대신에 원로 목사도 시벌해야 한다고 몇 사람이 끝까지 양비론을 주장해서 끝내는 그분의 말처럼 타협했다고 합니다.

교회 재판이 진실성과는 상관없이 타협으로 가면 그것은 타락한 것이고 성경을 벗어난 것입니다. 이런 일은 세속 정치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이제는 교회 안에까지 침투해 버렸습니다. 이런 일이 재판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단 정치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번 교회 일을 거치면서 알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교단에 대한 실망과 더 이상 뭘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회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것도 몰랐을 텐데.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믿음직스럽게 보이고 신뢰했던 자들의 진면목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여론몰이와 진영논리 이것은 결코 성경적 원칙이 아닙니다. 거기서 생산되는 루머는 진실을 덮고 거짓으로 진리를 가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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