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생명운동연합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지난 22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유전자 편집기술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유전자 편집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제시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 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류현모 교수(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유전자 가위에 대한 생명윤리적 고찰이라는 발제에서 유전질환과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되지만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로 인하여 적절히 통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첫째, 유전자 편집기술은 아직 안전성과 정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둘째, 치료가 아니라 개선과 증진을 목적으로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다.”

셋째, 유전 정보를 섞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넷째, 여러 가지 불평등의 문제와 규제의 문제, 생태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류 교수는 가령 창세기 127~28절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성을 회복하며, 나아가 땅과 피조물을 다스리는 것은 문화명령이라며 하지만 레위기 1919, 신명기 229-10절은 가축을 다른 종류와 교미시키지 말라고 하면서 유전 정보를 섞어 새로운 생명체를 편집해 내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전질환 치료 등 병든 피조물에 대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원래 형상대로 회복하는 정도로만,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적용을 제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하나님은 생명을 종류대로 창조하시고 뒤섞이는 것을 금하신다.”유전자 편집 기술로 생명체 간 유전자를 혼합한다면,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도 분명 존재한다. 과학을 통해 개선 혹은 증진을 위한 유전자 편집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 적절한 통제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그럴수록 신학자와 과학자, 전문가 간의 이슈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과학자가 내용을 신학자에게 설명하고, 신학자는 성경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등 양자 간 토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슈의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정보공유 및 방향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좌로부터 발제하는 이명진, 김우진, 류현모, 강성호, 정소영 발제자
좌로부터 발제하는 이명진, 김우진, 류현모, 강성호, 정소영 발제자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정소영 미국 변호사는 인간이 자기 발전의 설계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원하는 유전자는 삽입하고, 원치 않는 유전자는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장기간에 걸친 효과에 대해서는 관찰한 바도 없고 앞으로도 관찰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이 인류의 진화와 진보라는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사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없더라도 인간은 생명에 대한 통제력을 갈구하고 있었다. 얼마 전 사유리라는 연예인이 자신의 난자와 정자은행에서 구매한 정자를 수정시킨 뒤 출산을 하였다일본인인 사유리는 푸른 눈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선택했다고 전해진다. 크리스퍼 가위로 한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유전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생명윤리세미나 발제자들과 함께
​생명윤리세미나 발제자들과 함께

또한 김우진 박사, 강성호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문제점에 관해 토론했다. 발제와 토론 후에는 3개 단체를 대표해서 이상원 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유전자편집기술의 바른 사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유전자편집기술의 바른 사용에 대한 우리의 입장

하나님은 세계를 창조하시고 창조하신 세계 안에 이 세계가 하나님 자신의 창조물임을 알 수 있는 증거를 두셨고(1:20), 인간에게는 이 증거를 알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1:19). 또한 하나님은 자신이 만드신 창조세계의 일부를 인간이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셨고(1:29; 9:3), 이 창조세계의 일부를 다스리고 정복함으로써 문화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셨다(1:26,28). 인간은 과학적 탐구를 통하여 이 세계가 얼마나 정교하고 경이로운 하나님의 창조물인가를 알 수 있으며, 과학기술을 통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 세계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는 바, 이는 하나님이 허용하신 것이다. 크리스퍼 가위의 발견을 포함한 생명과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경이로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며,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유지와 문화건설의 도구로 정당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유전자에 있는 정보를 가지고 인간의 전인적 생명을 모두 해명할 수 있다고 보는 유전자결정론에 빠져서는 안 되며,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거나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교란시키는 등, “하나님-놀이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최근에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한 인체관련 연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유전자 편집기술은 열성 유전자를 제거하고 우성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 우생학적인 유전자 증강의 목적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생학적인 유전자 증강은 하나님이 정해 주신 창조질서를 교란시키고 하나님에게만 고유하게 주어지는 창조자의 역할을 부당하게 넘보는 하나님-놀이로서 사탄적인 행위이다.

 

2) 유전자 편집기술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망가진 유전자를 치료하는 목적으로는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의 유전자치료는 성공률이 극히 낮으므로 성공률이 완전하게 확보되기 전에는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는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유전자치료에 실패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3) 유전자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유전자치료의 결과는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후유증은 추적이 불가능하고, 한 번 편집된 유전자는 회복이 극히 어려우므로, 전통적인 치료수단이 없고 생명이 위급한 경우가 아닌 한 시도되어서는 안 된다.

 

4) 유전자치료는 치료를 위한 연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교해 볼 때 치료효과는 극히 미약한 것이 현실이며, 치료효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치료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음으로써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는 별다른 치료효과도 주지 못한 채 특정한 기업들과 생명공학연구자들의 이권만을 충족시키는 것을 지양하고, 전통적인 치료방법 연구에 예산을 사용하여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유익이 돌아가도록 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5)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고 있고, 검증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며, 후유증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돌이키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유전자변형을 통한 식량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님이 정해 주신 유전자를 손대지 않고 유지하면서 작물증산을 도모하는 전통적인 농경방법을 개선하는 일에 연구와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한다.

 

6) 자연세계 안에서의 돌연변이는 항상 상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만 결과가 나타났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연세계의 생물체들의 유전자를 자의적으로 조작하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자의적인 유전자조작은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고 생태계에 근본적인 교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7) 인간에게 짐승과 교잡하지 말라는 레위기18:23 말씀은 인간과 짐승간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명령이지만, 성관계가 생명의 탄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과 짐승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반인반수인 키메라를 탄생시켜 생태계를 교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근거로 원용될 수 있다.

 

2021622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성산생명윤리연구소/생명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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