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면서 배우고 당하면서 습득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독한 시어미 밑에서 시달린 며느리가 더 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불공정에 분노하던 사람이 불공정을 생산하기도 한다. 독재를 미워했던 자가 또 다른 독재자가 되고, 부패를 청산하겠다던 사람이 새로운 부패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요즘 남아공 현지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지난 주간에 일어났던 남아공 더반 폭동 사건이 그렇고, 2015년 남아공에서 일어났던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제노포비아)가 그렇다. 노예라는 목줄에 끌려다니며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흑인들이 이번 더반 폭동 사태에서는 폭력의 주동자가 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폭동을 통해 인종 갈등 이슈를 조작(造作)”해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쟁취하려는 새로운 인종차별을 공작(工作)하려 했다. 인종차별의 고통으로 눈물 흘리던 그들이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흑인 타 종족들을 혐오하고 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실제로 남아공 땅에서 일어났다.

더반 폭동이 일어났던 지난주 718일은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이었다. 인종차별의 아픔을 화해 정책으로 치유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1918718일 태어난 점을 기려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은 200명 이상의 생명을 잃게 한 이번 더반 폭동 사태를 지난 16일 더반 현지 방문 연설에서 조작(manipulate)”이라는 말로 꼬집었다. 폭동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문제가 일어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가난한 자와 취약 계층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교묘하게 조종, 조작하려 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한다. 그토록 미워했던 폭력과 혐오와 차별 그리고 독재정권의 공작과 조작을 자신도 모르게 배워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 뉴스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어느 정치인이 댓글조작, 여론조작으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가득하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독재에 대항했다던 그가 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여론을 조작했을까? 미워하면서 배웠었는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더 심각한 일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이 자신이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가? 설교의 가장 큰 위험은 하나님의 말씀을 조작하여 사람의 뜻을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단 헌법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일도 그렇다. 교권주의의 횡포에 저항하며 그들의 조작과 조종을 미워하다 어느덧 교권이 주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미워하면서 배운 것에 조종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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