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우간다 모루아 페수로 선교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교회 앞마을을 카메라를 들고 찬찬히 돌아보았습니다.
엊저녁 내린 비로 소와 양들의 배설물이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마을 길은 진흙탕 길로 변하여 발을 내딛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심스레 어느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상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한 아낙이 방금 빤 빨래들을 빨랫줄에 널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마을과는 달리 아낙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겼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빨래의 냄새가 향기로 다가왔습니다.
숭고한 노동의 냄새와 따뜻한 마음이 젖어 든 사람 냄새...
그 순간, 어렸을 때 집 앞 빨래터에서 빨래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면서 당부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빨래하듯이 너는 세상을 빨래했으면 좋겠구나.”
목사가 될 나에게 빨래할 때마다 여러 번 얘기해 주셨습니다.
지금 와서 나를 보니 내 마음도 온전히 빨지 못한 목사가
다른 사람의 영혼을 빨고 세상을 제대로 빨래했을까?
서재 창가 너머에 빨랫줄에 걸려있는 내 옷들을 보면서
내 옷에는 어떤 냄새가 담겨 있을까? 부끄러움은 아닐까…?
빨랫방망이 소리 속에 묻힌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