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규 목사(함양 상내백교회 담임)
노상규 목사(함양 상내백교회 담임)

 

농촌교회는 희망이 없다.” “농촌교회는 노인들만 모인다.” “앞으로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문 닫는 농촌교회가 많이 질 것이다.”라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농촌교회에도 살아계신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역사는 일어난다고 믿는다. 하나님을 얼마나 철저히 신뢰하며 헌신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믿는다.

 

부임

201911일 상내백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였다. 고신대학교 초대경건훈련원장(4대 무척산기도원장)사역을 마무리하며 남은 목회 10년 지금까지와 같이 하나님이 보내신 곳으로 가겠다고 작정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오라는 곳이 그 어디든지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으로 알고 가겠다고 하였다. 어느 날 은퇴를 앞두고 후임을 준비하시던 전임 목사님이 나를 찾아 무척산기도원에 올라왔는데 여행 가방을 들고 오셨다. 한 주간 태국 선교지에 갔다 온다고 교회에 광고하고 김해공항에 가까이 왔는데 여권을 가져오지 않았단다. 그래서 태국 대신 나에게 왔던 것이다. 내가 힐링교회를 개척하여 섬길 때 다른 목사님들과 함께 와서 첫 만남이 있었고, 그 후 상내백교회에 무인셀프카페를 만들고, 관상 닭장을 만들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해서 찾아 도와드렸던 일이 있었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상내백교회에 벌여 놓은 것이 많은데 노 목사님이 꼭 오셔야 한다고 하셨다. 기도 후 답을 드리겠다고 하고 부임하였다.

 

부채

전임 목사님이 농촌교회 자립을 위해 무지개나라라는 영농회사법인을 만들어 유정란을 팔고 있었다. 부임 전에는 바로 인계할 것이라고 하더니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의 집에서 거의 매일 드나들며 유정란 택배를 보냈다. 6개월을 그러더니 맡으라고 하였다. 맡으며 집사님께 자료들과 통장들을 가져오라고 하였더니 부채가 3천만 원이 있었고, 이자도 못 갚아가고 있었다. 도시 자립교회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금액의 부채이지만 농촌 미자립교회로서는 큰 부담감으로 와 닿았다. 기도하고 있는 중 사과농장을 하시는 집사님께서 사과를 내놓으면서 목사님 사과즙 짜서 드시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세요.”한다. 그 자리에 뿌리로 차를 만드는 다른 집사님이 있었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트를 드릴 것이니 넣어 보면 좋을 거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과비트즙이 만들어졌다.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선후배, 동기 목사님들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드려 팔아달라고 하였다. 스타렉스에 사과비트즙 150박스를 싣고, 마산-진해-창원-부산-포항을 돌며 배달하기도 하였다. 대전, 대구, 서울. 많은 곳을 다녔다. 나중에는 택배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깨달았다. 7차에 걸쳐 사과비트즙을 만들어 파는 중에 부채 2천만 원을 갚고, 교회 수리 및 비품구입 비용으로 1,500만 원 정도를 썼다. 그때 한 집사님 가정에서 천만 원을 헌금하여 부채를 다 갚게 되어 무거운 체증이 내려간 듯하였다.

 

가꿈

상내백교회 부임하여 지금까지 교회 이곳저곳을 손보며 가꾸고 있다. 나 혼자 연못 4개를 파고, 쓰레기 적치장과 소각장이 있던 풀밭을 아내와 함께 꽃밭으로 가꾸었다. 각종 꽃을 심었다. 특히 장미를 집중적으로 심어 이제 100여 그루의 장미가 향기를 진동시키고 있고, 교회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아내는 새벽기도를 마치면 꽃들과 이야기하며 꽃밭을 가꾼다. 나는 연장을 들고 여러 가지를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관망만 하던 교인들이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매주 토요일 새벽기도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꽃밭과 교회 구석구석을 풀도 뽑고, 청소하며 돌본다. 85세의 할아버지 집사님도, 80세의 꼬부랑 할머니 집사님도 참여한다. 그리고 참여한 예닐곱 명이 점심을 해 먹으며 교제를 한다. 동네의 어르신들이 자녀들이 고향 집에 오면 데리고 구경시키러 오기도 하고, 지나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꽃과 동물들을 구경하고, 무인셀프카페 예향에서 커피와 차를 마시고 간다. 부임한 후 얼마 안 되어 면사무소에 가서 공용쓰레기 봉투 100리터짜리를 50장을 얻어 왔다. 혼자 며칠 동안 내백마을에서부터 교회 뒤편까지와 교회 앞 도로 양쪽의 쓰레기를 주워 담아 버렸다. 동네를 가꾸고, 교회를 가꾸며 땀 흘려 사역하는 것을 동네 사람들도 유심히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분은 직접 대 놓고 칭찬을 하기도 한다. 드디어 지난 주일에는 전도 대상자로 정하여 관계를 맺고 있는 동네 분 중 한 분이 교회에 처음으로 와서 예배를 드렸고, 오늘도 오셨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이웃교회 분들도 상내백교회를 자랑하고 있다.

 

손님

우리 부부는 1984년 결혼 직후부터 오픈하우스를 하였다. 손님이 없는 주간이 거의 없다. 어떤 날은 4팀이 오기도 하였다. 전화도 없이 일단 오는 분들도 있다. 처음 보는 분들도 소개를 받아 오기도 하였다. 군인교회를 담임하시는 목사님이 전화해 와서 교육관에 강사를 재워줄 것을 부탁하였다. 미리 요와 이불을 깔아 놓고 준비하였다. 저녁에 오셨다. 사택 서재에서 티타임을 하다가 불편하지 않으시면 우리 집 안방에서 주무시라 했더니 잘 자고 가셨다. 그분이 김석균 목사님이다. 연합회에서 초청한 강사 부부도 우리 집 안방에서 주무시고 가셨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동기 부부는 매년 23일 정도를 지내고 간다. 작년에는 조심스럽게 장모님을 모시고 가도 되겠냐고 하였다. 오라고 하였다. 서울 근교의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는 고령의 장모님이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을 못 하시니까 우울증 증세가 보여 모시고 왔던 것이다. 완전한 힐링을 경험하고 가신 후 이곳 이야기만 하시다가 몇 달 뒤 또 오시기도 하였다. 내일 1팀과 목요일에 2팀의 오실 손님 예약이 되어있다. 코로나19와 상관이 없이 온다. 그분들을 섬기며 주의 복을 누린다. 그분들이 상내백교회의 나팔수가 되어 좋은 소문을 내고 있다.

 

떠남

부산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섬기며 남편 떨어져 살던 집사가 남편이 있는 이곳으로 와서 기도회부터 출석하더니 그 교회에서 권사 임직을 받고 와서 본격적으로 상내백교회를 섬기겠다고 하고 출석하였다. 남편은 상내백교회를 섬기다가 상처를 받고 이웃교회에 가끔 출석 중이었다. 쌀농사를 지어 팔아달라고 하여 지인들에게 알려 200포가 넘게 팔아드렸다. 직접 싣고 거제도까지 배달 가기도 하였다. 앞으로의 헌신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 섬기던 교회에서는 어떻게 했는데 상내백교회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1년이 못 되어 떠나갔다. 귀한 동역자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했고, 일꾼을 보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해 왔는데 기도 응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떠났다. 귀촌 준비를 철저히 하며 새벽기도까지 나오던 남자 집사님이 계셨는데 알고 보니 논란되고 있는 선교단체훈련을 받은 분이었고, 아시아 국가에 NGO사역을 하러 가는데 선교사로 파송해 달라고 하였다. 우리 교회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선교 훈련을 받지 않았으니 제대로 훈련받고 준비하고 파송 받아 가라고 하였더니 떠났다. 부임 후 2년 반 동안 연세 드신 집사님 2분이 천국으로 떠났다.

 

동물

상내백교회에는 동물들이 많다. 십자당나귀, 보어염소, 공작새, 목도리 비둘기, 앵무비둘기, 박설구, 사랑앵무, 카나리아, 거위, 기러기, , 토끼, 관상닭, 청계... 지금도 부화기에서는 유정란이 탄생을 위해 부지런히 생명 활동을 하고 있다. 갓 나온 병아리들이 단계별로 자라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제비들도 날아와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고 있다. 딱새가 사택 우체통에 둥지를 틀고 6마리를 키워 날아갔다. 기존에 산란닭장과 관상닭장이 있었고, 2개의 대조류사, 토끼장, 관상닭장 증설공사...사람들이 묻는다. 왜 이렇게 동물들을 키우냐고? 2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는 불신자들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들어올 수 있는 접촉점(Contact point)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동물매개치료(AAT, Animal-assisted therapy)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고! 둘러본 사람들이 또 묻는다. 동물들 돌보느라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느냐고 한다. 동물은 사료 공급과 물관리 두 가지가 관건인데, 사료는 오랜 노하우를 통해 메일 주는 동물, 이틀에 한 번 주는 동물, 한꺼번에 주어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동물로 나누고, 물은 뒤에 흐르는 하천의 물을 300m 파이프를 설치하여 끌어와 24시간 자동공급되게 해놓았다고 답을 하면 고개를 끄떡이며 신기하다고 한다. 오늘도 예배를 마친 후 집사님 한 분이 마부가 되어 아이들에게 당나귀를 태워준다. 나도 가끔 당나귀 마부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적정거리를 태워주고, 어른들은 타고 인증샷! 나는 훈련 차원에서 가끔 타고 있다. 나중에 훈련이 끝나면 당나귀 타고 전도와 심방을 다닐 것이다. 농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역병

코로나19는 지리산과 남덕유산 자락 아래의 청정지역 함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이후 교회 출석을 안 하는 분들이 12명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자체 메뉴얼을 만들어 교회당 여러 곳 붙여 놓고 대응을 하였다. 코로나19 확산단계별 대응전략도 수립해 놓았다. 면장과 담당 직원, 군청 담당과장과 직원이 찾아와 비대면예배를 종용하기도 하였다. 분명한 원칙과 대응전략을 소개하며 대처하였다. 초창기 객지의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너무 염려하여 잠깐 새벽기도회를 쉰 것 이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중단없이 주일온가족예배, 오후프로그램, 수요성경공부, 금요기도회, 새벽기도회와 주일 애찬을 이어오고 있다. 함양군 내 60개 교회 중에 유일한 교회가 되었다. 한동안 다른 교회 집사님인 공무원이 자원하여 상내백교회에 점검하러 간다고 하고 일찍 와서 발열 체크와 점검을 한 후 주일온가족예배를 드리고, 감사헌금을 매 주일 드린 일도 있었다. 이웃교회에 주일 예배 시간에 공무원들이 점검을 나와서 예배 인도 중인 목사에게 강대상에서 내려오라 손짓을 하고, 다른 교회에서는 강대상에 올라가 사인을 받아 가는 일이 일어났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내가 기독교연합회장에게 연락하여 임원회에서 7인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나도 포함 시켜 주어 내가 초안을 만들고 같이 점검 후 군수 면담을 요청하여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소망

20211월 말 함양군의 인구는 39,431명이다. 그중에 함양읍이 18,562명이고, 나머지 10개 면은 몇천 명이다. 상내백교회가 있는 수동면은 2,478명이다. 인구수가 절대로 적은 곳이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을 믿으며 농촌교회의 부흥을 꿈꾼다. 상내백교회에 1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느리지만 한 분씩 등록하고 있다. 30~40명의 성도들이 주일온가족예배를 마칠 때마다 하나님께 박수로 영광을 돌리고 구호를 힘차게 세 번 외친다. 내가 살리는 공동체라고 하면 상내백가족들이 상내백교회!”라고 힘차게 외친다. 구호와 같이 상내백교회는 죽은 영혼을 살리고, 병든 영혼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살리는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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