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칠흑 같을찌라도 빛이 있다면 더욱 돋보이리라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윤형숙 작가의 작품이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 / 천헌옥

 

찬란한 태양이 기울어지고

거무죽죽한 셀로판이 한 장 한 장 

내려와 쌓여 점점 칠흑으로 변한다.

 

흑인지 백인지 알 수 없이 시야를 가린다.

누가 누구인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는 시간이다.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은 철학의 전성시대다.

 

 두 눈으로 보는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의 눈으로 보는 세계 역시 어둠이 켜켜이 쌓여

거짓이 왕노릇하는 칠흑 같은 시대가 되어버렸다.

 

 하늘을 가리고 말씀을 가리고

양심을 가리며 쭝얼대고 있다.

거짓 입술이 기름을 바른 듯 춤을 춘다.

 

어디서 어떻게 거무죽죽한 셀로판을 걷어야 할지 엄두도

낼 수 없는 시대에는 어둠을 심판하실 분이 구별할 수 있게

빛 앞에서 더욱 빛나는 흰 예복을 입으라 하셨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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