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망 소식은 한국의 미디어를 한 번에 점령하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언제 우리나라가 천주교 국가였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방송과 신문의 기자들이 온통 천주교 신자로 채워졌나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아니면 정말 뉴스거리가 없던 차에 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망소식이 들리자 가십거리 하나라도 더 보도를 해서 자신들의 신문이나 방송을 팔아 보려는 경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주일간 뉴스 보도, 특집 등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우리는 천주교와 故 김수환 추기경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는 장례 후 장지에 추모하는 것까지 친절하게 취재해서 보도했다. 그래서 故字만 나와도 들은 얘기 또 듣기 싫어서 아예 10분여간 TV를 끄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분의 종교나 신학은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그의 생애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고 사회나 종교계에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인의 죽음을 두고 이처럼 지나친 보도를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경쟁적인 보도를 하다 보니 아주 사소한 것까지 들추어내어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치 성자의 걸음인양 미화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신격화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뿐이었을까?


개신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에 매우 불공평한 자리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미디어 쪽에서는 더욱 편파적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에 개신교 교회들이 전체 동원의 절반이 넘게 참가하여 봉사활동을 했는데도 미디어는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하나 죽은 것을 가지고 일주일을 넘게 그 야단을 벌여야 했는가?


천주교회 역시 이런 바람을 잘 탄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모든 화환을 금지했다고 하여 대통령이 보낸 화환까지 청와대로 돌려보냈다고 하는 보도를 보았다. 그것은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박수를 이끌어 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보내는 화환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 국민을 대표로 해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그것 하나 정도는 받아두었어야 했다. 받지 않은 이유가 고인의 겸허한 삶에 누가 된다던가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렇게 호화스런 장례는 누가 되지 않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지나친 겸손은 교만이 되고 지나친 미디어 보도는 우상화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일반인들이 묻히는 공동묘지에 있다. 혹 누구라도 가서 찾아보려면 묘비를 보아서는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공동묘지 707호가 그의 묘지이다. 관리인이 확인해 주기 전에는 그 무덤이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초라한 묘지여서 찾는 이가 별로 없다고 한다.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누구를 본받아야 할 것인지 이 아침 다시 묵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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