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후, 남이섬의 하늘과 강은 더 진하고 짙었습니다.
3년 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익숙한 길과 상점과 카페를
몸이 가는 대로 머물기도 하고 들르기도 하면서 걸었습니다.
함께 했던 그리운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품었습니다.
문득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이 한옥 집 곁, 장독대였습니다.
붉은 단풍과 작은 대나무 숲이 멋스러운 수채화를 그리면서
가을바람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큰 숨을 쉬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와 장독대 뚜껑 여는 소리가 들리면서
장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을 저녁 먼 산을 보며 평상에 앉았던 식구들이 보이고
시끌벅적하게 들이키는 시락국 소리가 맛깔스러웠습니다.
뜨락에 풀벌레 소리와 산짐승들의 울음이 밤을 재촉하고
장독대는 가을 달에 얼굴을 더 붉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사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