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윤하 목사
사진@ 김윤하 목사

 

비가 그친 후, 남이섬의 하늘과 강은 더 진하고 짙었습니다.

3년 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익숙한 길과 상점과 카페를

몸이 가는 대로 머물기도 하고 들르기도 하면서 걸었습니다.

함께 했던 그리운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품었습니다.

문득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이 한옥 집 곁, 장독대였습니다.

붉은 단풍과 작은 대나무 숲이 멋스러운 수채화를 그리면서

가을바람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큰 숨을 쉬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와 장독대 뚜껑 여는 소리가 들리면서

장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을 저녁 먼 산을 보며 평상에 앉았던 식구들이 보이고

시끌벅적하게 들이키는 시락국 소리가 맛깔스러웠습니다.

뜨락에 풀벌레 소리와 산짐승들의 울음이 밤을 재촉하고

장독대는 가을 달에 얼굴을 더 붉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사진/글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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