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런던에서 뮤지컬 한 편 보기가 만만치 않았다. 1년에 한 편 정도 큰 맘 먹고 몇 달 전부터 예약해서 관람했기 때문인지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뮤지컬 작품들이 많이 공연되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 영국에서 봤던 작품들을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말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말 영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런던 피카디리서커스에 가서 평소 가장 좋아했던 뮤지컬 한 편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느꼈던 점은 이전과는 달랐다. 영국 공연이 더 낯설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한국서 보았던 공연이 더 열정적이었다. 영국 배우들은 일 년 동안 계속되는 공연이어서인지 내일 또 공연하는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배우들은 내일 또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민족의 열정을 누가 따라가겠는가? 이것이 한국인의 신기하고도 놀라운 힘이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이것이 노키아와 소니, 필립스를 이긴 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힘이 바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딛고 다시 일어나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우리 민족의 힘이다.


우리는 열정의 민족이다. 복음이 한국 땅에 들어온 지 이제 120년이 조금 넘는다. 기독교 역사에서 보면 물론 아직 아기와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지난 20세기 100년의 역사 속에서 식민지, 이데올로기의 대립, 남북분단, 동족상잔, 경제 성장, 민주화 등의 많은 문제들을 압축해서 겪으면서, '21세기 한민족'을 열정으로 고아냈다. 열정은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복이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성경통독 집회를 인도해오고 있다. 요즘은 4박 5일의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토요일 저녁 7시까지 일주일 동안, 그야말로 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한 자도 놓치지 않고 성경 전체를 읽는 성경통독 집회를 진행했었다.


한국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새벽 5시에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강행군을 하면서도 마음은 무척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전체를 일주일 동안 다 읽을 수 있다니,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영성에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있겠는가? 필자는 성경통독에 임하는 성도들의 열정적 모습이 기쁘고 감사해서 그 일주일 동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인도하려고 최선을 다했었다.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서 쓰러질 것 같이 공연하고 다음날 또 그렇게 공연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열정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을 쓰러지도록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우리 민족에게 주신 복, 열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결국 우리 민족은 말씀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21세기에 소중히 쓰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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