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어딘가 지날 즈음에 / 조윤희
덜 영근 그리움이 머문 하늘은
바다처럼 넓어진 광야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간극을 지난다
실로 맨 것처럼 포동 하던 가지 끝에
푸석거리는 하루의 일상이 걸려
생경하게 다가온 시간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징검다리처럼 건너 뛴 시절의 곡예 앞에
해병대 입소한 아들의 옷이 얇을까
무심코 오가는 바람에게
한소리를 해댄다
내 품에 머물지 못한 계절이
멀리서 잘 있으라고 연서를 보내면
서늘한 답을 보낼 수 없어
이렇게 한 계절을 이고 섰다
이제사 겨우 시계의 초침이
아슴아슴하게 궤적을 그어대면
가을 그 어딘가를 지날 즈음
그놈은 굵은 구령을 노래 삼고 있겠지 uni~☆
*아슴아슴 : 정신이 흐릿하고 몽롱한 모양의 순우리말.
사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