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의미와 재미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교회 생활에는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어떤 모임이든 프로그램이든 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기업 경영에 관한 책인데 거기에 의미와 재미를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에는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미가 없으면 회사도 그만 둔다는 신세대 직장인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그 책에 의하면, 2005년 인쿠르트에서 정규 직장인 172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그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2년 11개월 미만이었습니다. 특히 20대 직장인은 1년 10개월, 30대는 3년 3개월, 40-50대는 6년 8개월 동안 직장에서 머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나이가 젊을수록 회사를 쉽게 이직합니다. 실제로 1년 미만의 젊은 직장인이 전체의 25%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가 힘들게 뽑아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교육시킨 신입 사원들이 1년도 못 버티고 그만 두는 바람에 애를 먹곤 합니다. 신입 사원 입장에서도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렇게 금방 그만 둬야 하니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상황과는 달라서 통계의 신빙성이 약합니다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신세대는 TV나 각종 정보 매체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따라 주의를 집중합니다. 직장에서도 재미(FUN)의 요소가 없으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들의 재미를 가로막는 요인 1번이 관료주의랍니다. 그것은 안정 위주와 관습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동양식이나 의식을 가리킵니다. 구속받기 싫어하고 형식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은 그런 관료주의를 곱게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질식당하는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들이 재미만 생각한다고 성급하게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그들의 의견이 존중을 받고, 안정보다는 도전 정신에 높은 점수를 주는 그런 환경입니다. 주관 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환경을 그들은 거부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그런 일, 즉 말초신경적인 쾌락이 아니라 중추신경적인 ‘만족감’을 원합니다. 그들은 보람을 원하고 인생을 걸만한 재미를 원합니다. ‘참 재미’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경영진과 직원 상호 간에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신뢰(trust)가 쌓이고, 자기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pride)도 생기며, 동료 간에는 선의의 경쟁을 하며 재미(fun)를 추구하여 일하기 좋은 기업, 즐거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회도 비슷할 겁니다. 젊은이가 떠나는 교회는 미래가 위태롭습니다. 그런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아무런 의미와 재미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교회에서는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기들이 다니는 교회에 자부심도 느끼지 못하며, 참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존재 가치가 무시당하고, 자기들의 생각과 주장은 늘 거절당하며,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어른들의 압력 때문에 질식당한다고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잘못된 건 어른들 탓이고, 젊은이들은 잘못해도 괜찮다.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그들을 한번 이해해보자는 말입니다. 젊은이들이 어른을 신뢰하고 자기 교회를 자랑스러워하며 신앙생활을 재미있어 한다면 그 교회의 미래는 환하게 밝아지겠죠. 아, 그러다가 교회 물을 흐려놓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맞습니다. 기도와 말씀이라는 기초는 절대 양보할 수 없죠. 그거 흔들리면 제대로 된 교회 아니니까요.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