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의 허와 실

고신총회는 설립 70주년을 맞으면서 27일부터 417일까지 70일간의 특별 새벽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함께 기도할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손에 쥐지 못했으나 동일한 본문으로 함께 기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70주년 기념행사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70여 교회(23일 현재) 성도들이 참여한다고 하니 그나마 기도 운동을 세차게 벌였던 고신교회 초기 모습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는 것 같아 일견 고무적이다.

그러나 2,113 교회, 40만 가까운 성도를 가신 고신총회가 70년 만에 처음 갖는 새벽 기도운동에 27%(23일 현재) 조금 넘는 교회가 동참 의사를 보인 것은 매우 안타깝고, 코로나에 눌린 교회의 현재 영적 상황이 그대로 노출된 것 같아 답답하다. 그렇다면 70년의 역사를 쌓아온 고신교회의 눈에 보이는 현재 모습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고신의 드러난 현실

고신교회 설립 70주년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고신교회의 진면목(眞面目)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이다. 그 공동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에베소서 411절이 지적하는 대로 사도, 선지자, 복음전도자, 목사, 교사 등의 교회를 돌볼 사역자들을 갖추는 일이다. 그래야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들로 하여금 봉사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이 세워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 전체, 특히 고신교회는 목회자 양성에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랜 기간 신학생을 더 많이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논란을 벌인 적이 있지만, 지원자가 줄어 정원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 되었다. 고신대학교 신학과도 신학대학원도 정원을 채울 수가 없다. 우리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변명해 보지만 지원자가 몇 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신학교가 매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출산율의 저하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교회의 영적 능력, 영적 만족도가 젊은이들을 복음의 현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할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코로나 사태로 주일학교가 공황 상태를 맞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3년째인 지금, 불신자 가정에서 주일학교에 출석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이 영적 공백 상태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지 예측할 길조차 없다.

고신총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총회의 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의 하나인 고신대학교 총장을 제때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4명의 후보자가 나섰음에도 총장을 제때 선출하지 못한 것은 이사회의 무능이든지, 아니면 고신 교회의 인물 부족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병원은 2천년대 초반 부도 사태를 겪었다. 그런데 20년이 채 되기 전에 다시 적자가 계속되고 부채가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복음병원 의사는 고신 의대 출신으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소리가 난 지 오래되었다. 인물이 한정되어 병원이 더는 발전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4기 상급종합병원(21~23) 탈락은 전문의 지원자가 바라볼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에 1명 이상의 제대로 된 전문의사를 갖추지 못했거나 그에 걸맞는 진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미 실력이 알려진 고만고만한 선배 의사들, 그들의 병원에서 배울 것이 없다는 대내외적 선언이다.

 

미래를 말하지 않는 이사회

눈에 보이는 고신을 제일 크게 움직이는 곳은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이다. 11명의 목사 장로로 구성된 이사회가 총회나 사회에 희망을 안겨준 일은 별로 없다. 현재의 목회자들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지난 30년의 역사만 보아도 이사회는 늘 다툼을 벌이는 전장이었다. 70년대의 고소파, 반고소파의 다툼으로부터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소위 돼지파, 부곡파의 대결, 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보수파와 개혁파의 전투까지, 이사회는 항상 분열과 갈등의 현장이었다. 고신이 학교와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끊어지지 않았다. 90년대의 주차장 사건, 이어진 김해복음병원 사건, 복음병원 노조의 총회장 점거사태에 더하여 마침내 터진 2003년의 부도 사태 등 이사회는 갈등을 조정할 의사도 능력도 보이지 못했다.

지난 10여 년 잠잠하나 했더니 다시 최근의 이사회는 미래 청사진을 위한 논쟁의 주제도 제시한 적이 없으면서 보수와 개혁이라는 이름만을 빌려 세력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보수와 개혁이 5:6으로 갈라져 매사에 충돌한다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대학과 신대원과 병원을 보수와 개혁으로 갈라져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가진, 실체가 있는 다툼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복음병원의 어떤 가치를 보수하겠다거나, 병원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지 개혁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순전히 자리싸움을 위한 도구로 텅 빈 이념의 틀을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과 신학대학원, 병원이 이대로 존속할 수 없음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우리 편이 밀 총장 후보나 찾고, 천안의 신대원 땅과 건물을 팔아 대학의 생존 기간을 늘리자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과 병원을 통하여 국내와 세계를 향한 복음전도의 사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말이 없다. 우리 사회의 산업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서 우리 병원이나 대학이 과연 이대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나가다간 어느 순간 총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을 들어야 할 때가 닥칠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

대학과 병원을 고신총회가 직영하는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가 공개적으로 나타난 지가 30년 가까이 되었다.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대학교를 학부가 없는 대학원 대학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이다. 변화된 세상을 위하여 먼저 대학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고신대학교가 정말 제대로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가? 복음병원이 복음을 위한 병원인가? 아니면 대학교와 병원이 우리 고신 사람 자녀들(고사자)’의 일자리 보존이나, 일자리 창출 기관인가? 교회가 일자리를 위해 온갖 부정부패 인사비리 등으로 다툼을 감내해야 하는가? 더는 시간이 없다. 교회의 우선적인 사명을 인식하는 동시에 우리가 가진 능력을 직시하고, 이제 정직하고 솔직한 대답을 해야 한다.

교회는 목회자 양성에 최우선을 두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세속적 가치를 바탕으로 서울, 수도권 등 땅에 가치를 두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총회가 책임지고 신대원 입학생 전원을 육해공사관학교처럼 속옷까지 제공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바른 신학, 바른 신앙으로 바른 교회를 세울 각오를 하고 어디든지 가오리라는 찬송을 소리 높여 부를 인물들을 찾아 훈련받게 해야 한다.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고신 교회를 꿈꾸는 이사회, 그런 총회, 그런 교회, 그런 고신인들이 되어야 한다. 해방 후 한국교회가 역사적 죄악에 대하여 진정한 참회를 하지 않을 때 끝까지 거룩한 교회를 추구하였던 것처럼, 다시 한번 코로나 사태로 허물어진 한국교회의 예인선(曳引船, Tug Boat)’ 역할을 감당하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매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와 우리의 후예들은 고신은 여전히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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