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림 그리는 것은 잘 못하지만 그림 감상과 그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좋아한다. 영국 유학 시절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와 빅토리아&앨버트홀은 필자의 단골 방문지였다.

오랫동안 내셔널갤러리에 있던 그림 한 작품이 빅토리아&앨버트홀로 옮겨졌는데, 그것은 바로 베네치아의 화가 젠타일 벨리니가 1480년에 그린 술탄 메메트 2세의 초상화이다. 술탄 메메트 2세는 터키 수도인 이스탄불을 만든 사람이다.

원래 이스탄불의 이름은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술탄 메메트 2세의 침략으로 콘스탄티노플이 멸망하고 이스탄불이 된 것이다. 술탄 메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후에 아름다운 교회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십자가만을 모두 철거하여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했다. 하나님을 예배하던 곳에서 갑자기 알라신을 예배하게 만든 그 사람의 초상화를 필자는 자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영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 그림이 없었다. 담당자는 "그림은 지금 독일에 가 있고, 유럽과 아시아를 거쳐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영국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요즘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술탄 메메트 2세의 초상화가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그 그림에 그토록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바로 충돌 때문이었다. 세계에는 많은 충돌이 있다.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충돌, 빈국과 부국의 충돌, 이념 충돌, 세계 무역의 충돌 등. 그 중에서도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은 아주 예민하고 힘든 문제임에 틀림없다.

성경에는 많은 충돌 기록이 있다. 애굽과 히브리 민족의 충돌은 풀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데 모세는 그 충돌 문제를 결국 해결했다. 앗수르 제국과 남유다의 충돌 역시 군국주의 및 외교 노선을 동원했던 히스기야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이때 이사야의 충고로 인해 히스기야는 모든 경영이 하나님께 있음을 믿고 고백함으로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예수님 또한 사역 중에 대제사장 세력들의 시기를 받아 세금 문제로 로마 제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적이 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세금은 예민한 문제였다. 단적인 예로 임신한 마리아가 북쪽 나사렛에서 남쪽 베들레헴까지 내려와서 호적을 등록해야 했을 만큼,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세금을 수탈당하는 데 있어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금을 낼 수밖에 없는 유대인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부담스러웠을까? 그런데 만약 예수님께서 세금을 내라 하면 유대인들이 싫어할 것이고, 내지 말라 하면 로마 제국이 예수님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이미 다 계산한 대제사장 세력들이 예수님을 충돌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말씀하심으로 충돌의 현장을 벗어나심은 물론,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셨다.

우리 시대에도 충돌은 있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은 부족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높고 깊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예민하고 심각한 충돌들을 해결해 왔음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배운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