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천헌옥 목사

광화문 시대 열겠다는 공약은 재고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공약 가운데 현재의 청와대를 시민에게 내어 주고 광화문 정부 청사에 집무실을 열겠다는 소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있는데 소식통에 의하면 인수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과제로 다루어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최초로 나온 공약이 아니다. 19대 대통령 선거 때에 문재인 후보가 이 공약을 내놓아 적잖이 호감을 얻었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어 서민 대통령, 시민들과 함께 출퇴근하는 대통령, 퇴근길에 시민들과 막걸리 한잔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 윤석열 당선자도 그런 세상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청와대를 내어놓음으로써 탈권위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고 그 권위와 아무나 밟을 수 없는 금지된 땅을 밟아보게 한다는 최초의 서민 대통령으로 존경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머물 관저가 풍수에 불길하다는 말도 있었다면서 논란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도 고려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이 정도의 이유만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면 아무리 공약이었을지라도 이는 고려되어야 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살펴 보려 한다. 필자의 논고에 이의가 있는 분은 댓글로 의견을 표해 주시거나 따로 주장을 올려 주시면 한다.

첫째, 비용의 문제이다.

우리는 지난 문재인 정권의 5년 동안 국가 부채가 눈덩이 같이 불어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팬데믹 시대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는 빚을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더 늘어나지 않도록 긴축 정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솔선하여 세금을 절약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그러기에 멀쩡한 청와대를 시민에게 내어 주고 광화문 집무실을 만든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 계산해 보았는가? 대통령 집무실만 리모델링하는 것만이 아니다. 들리는 말에는 3개 층을 리모델링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모든 비서실과 경호팀의 사무실까지 새로 리모델링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또 관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들리는 말에는 안가나 국무총리 관저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느 쪽을 사용한다더라도 경호는 해야 할 것인데 기존 청와대 경호 인력만큼이나 소용된다면 비용 절감이 될 수 있겠는가? 집무실과 관저 둘로 나눠 경호하면 오히려 경호 비용이 더 나올 수도 있겠는데 차라리 현 청와대에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어 기존의 경호 인력으로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더 유리하지 않은가?

둘째는 경호와 안전 문제다.

문 대통령도 5년 전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다가 백지화한 이유를 살펴보면 고층 건물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대통령의 경호가 쉽지 않고 광화문 근처에서 영빈관과 헬기장 등 주요시설을 마련할 공간 확보도 쉽지 않다는 그런저런 이유가 있었기에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다. 전쟁이 나면 마지막까지 살아서 명령을 내려야 하는 직위가 대통령이다. 그러기에 현 청와대에는 벙커가 있어 포격이 떨어지는 유사시에도 거기서 군 지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살아 있어야 하는 큰 이유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제일 먼저 제거해야 할 타켓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디로 피신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지대에 있으면서 국군을 통솔하고 국민들에게 결사항전을 독려함으로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 준다. 젤렌스키의 교훈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광화문 청사는 어떠한가? 미사일 한 방이면 깨끗이 통째로 날아갈 건물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집무실로 사용하기엔 너무나 부적절하다. 그리고 적에게는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어느 곳에 있는지 모르기도 하여야 하고 또 안전지대인 벙커에 들어가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런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를 방문한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를 방문한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셋째는 시민의 불편함이다.

대통령 관저를 국무총리 관저로 한다고 하자. 정부청사에서 국무총리 관저까지 3Km이니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경복궁 앞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출근하려면 사방의 차들을 적어도 500m 거리를 두고 차단할 것이고 시민들의 불편은 아침 출근길마다 그리고 오후 퇴근길에도 막심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365일 매일 같이 그것도 5년 동안을 그렇게 한다면 시민들의 짜증은 늘어날 것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는 환호는 잠깐이다. 그래서 얻는 유익은 별반 이다. 그러나 이후 불편함을 날마다 겪는다면 환호가 불만으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의 동선은 가급적 비밀이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청사를 드나드는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까다로운 검색 절차를 받아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통령이 집무하는 건물을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는 대통령의 이동의 불편함이다.

대통령은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헬기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광화문 정부청사에는 헬기장이 따로 없다. 옥상에 설치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노출되기에 대통령이 이용하기엔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제3의 장소에 헬기장을 만든다면 자동차로 이동하여야 할 것이고 헬기를 이용할 때마다 대통령 자신의 불편함도 그렇지만 거기에 따르는 경호나 시민의 불편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섯째로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끼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국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광화문 청사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 청와대를 버리고 불안전한 청사로 들어간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여 있는 존재이다. 국민을 불안케 하거나 걱정을 끼치는 일을 가급적 피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큰 머슴이 해야 하는 도리일 것이다.

여섯째로 과연 다음 대통령이 이어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5년 후 다음 대통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광화문 청사 집무실 사용의 어려움과 불편, 관저로 출퇴근하는 일 등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어 도로 청와대로 들어가겠다고 하면 괜한 비용의 낭비만 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2027년 대통령 선거 때에 이 문제로 청와대를 사용하라 말라 하는 국론분열을 일으킬 필요도 없어야 한다. 진영논리를 들이대면 없는 이유도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다가 실천하지 못했기에 새 대통령이 공약을 철회해도 그것으로 공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일곱째로 총리 관저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 관저를 지금 새로 지을 시간이 없다. 20대 새 대통령의 취임일은 510일이다. 이제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으니 물리적으로 새로운 관저를 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할 시간이 없다. 얼렁뚱땅 그렇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총리관저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하자. 그러면 새 총리의 관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총리 없이 정부를 출범할 수 없고 총리 관저도 없이 우선 총리를 세워 놓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왜 이중삼중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불가하다. 국민이 한 번도 그렇게 하라고 청원한 적도 없다. 또 그렇게 해야만 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서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노무현 대통령같이 권위를 내려놓고 비난과 욕을 들어먹으면서 소통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주장을 맺으려 한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당선자의 뜻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부적절한 면이 많아 보인다. 인수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다투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공약은 대국민 사과로서 접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사견임을 밝혀둔다.

국민들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줄 안다. 필자도 아주 오래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도 국민은 만족할 수 있다. 청와대를 다 둘러봐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정치에 전문인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백 가지로 알아보고 할 일이겠지만 목사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 걱정이다. 더 좋은 의견이나 반론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라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은 기독교인의 하나의 기도 제목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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