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목사)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목사)

듣고 또 들어도 마음에 깊이 와닿지 않지만 내가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길러 보면 부모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비로소 안다고 합니다. 하물며 할머니쯤 되면 더 그러하겠지요? 우리 집의 둘째인 딸이 드디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들이 왜 핸드폰에다 온통 손주를 가득 담아 다니는지 말로서는 설명이 안 되니까 건너뛰겠습니다. 딸이 딸을 낳았기에 기뻐하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퇴원한 후 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난 밤이었습니다. 신생아가 코로나 확진이 되어서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부랴부랴 대학병원 중환자실 음압병동에 입원시켜 놓은 딸네 부부는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다 새벽 340분쯤 딸이 제 아내에게 전화해 왔습니다. 딸이 다짜고짜 울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합니다. 엄마아..지유(신생아)를 보냈어 흑흑 어떡해?.. 잠결에 전화를 받은 아내는 순간 멘붕이 왔습니다. 신생아를 보내다니?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이 황당함을 어떻게 대처해야지? 어쩔 줄 몰랐습니다. 꼭두새벽에 딸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신생아를 보냈답니다. 그 어린 것, 아직 얼굴도 못 보았는데..

아무 말 못 하고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천천히 통화가 이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서 아이가 병원에 갔답니다. 다행히 이틀 만에 아이는 정상으로 되돌아왔고 4일 만에 퇴원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를 퇴원시키려는 아침에 이제는 딸네 부부가 또 확진이랍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제가 퇴원을 시켜서 집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신생아와 산모 부부가 확진인 가정에 어느 누가 와서 산후조리를 해 주겠습니까?

결국은 불구덩이 같은 그 집에 제 아내가 가서 산후조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당연히 코로나도 덤으로 선물 받았습니다. 콜록콜록하면서 두 시간마다 신생아의 우유를 먹이다 보니, 아내는 잠을 설치면서 피곤함에 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돈을 받고 그곳에 갈 일이 아니며, 박수받기 위해서 할 일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단 하나 엄마이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당한 것 같습니다. 세상의 우리 엄마는 다 그러합니다. 단지, 이전에는 몰랐을 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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