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현 목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고려신학대학원 M.Div / 일상에서 숨은 보화를 찾는 일상으로교회 목사.
원지현 목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고려신학대학원 M.Div / 일상에서 숨은 보화를 찾는 일상으로교회 목사.

2018년 일상으로교회를 개척하면서 저희 가정 5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개척 전 사역하던 교회의 배려로 사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택에서 교회를 시작하려 했지요. 어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담임목사님과 당회의 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일상으로교회 장소를 예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콕 찍어 두신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이 부전동에 있는 부산진구청소년센터 강당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겨울의 추위를 피하고, 여름의 더위를 피하며 교회가 세워지는 약 2년의 세월 동안 그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날개 그늘 같은 은혜였습니다.

일상으로교회 예배당
일상으로교회 예배당

그리고 2020년 영도에 예배당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던 중이라 주일 예배만 혹은 주일 예배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평일에 예배당을 찾아오는 이들이 없어 늘 비어 있었고, 주일에도 오전 11시에 모여 예배드리고, 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그런데도 매월 지출되는 임대료가 얼마나 아깝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더 많은 단체, 사람들이 이 공간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8월에 막 개척하는 같은 노회 목사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 일상으로교회 공간을 함께 사용하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결국 같이 못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막연한 생각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공간을 공윺하는 일상으로교회
공간을 공윺하는 일상으로교회

작년 11월 말 지인 목사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영도에서 개척하려는 친한 형이 있는데 목사님 생각이 나서 연락드린다며 혹시 일상으로교회 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교회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 저의 생각을 나눈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연락이 와서 매우 놀랐습니다. 그렇게 지인 목사님의 소개로 이제 개척을 시작하려는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개척에 대한 이야기, 사역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마을 목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고신 일상으로교회 통합 흰여울교회 주보
공간을 공유하는 고신 일상으로교회 통합 흰여울교회 주보

흰여울교회가 202212(주일) 첫 예배를 시작하면서 일상으로교회와 흰여울교회는 함께 공유하는 한 지붕 두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공유교회를 결정하면서 몇 가지 생각을 정했습니다.

 

첫째, 모든 공간을 공유한다.

공유교회를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목양실에 책상을 두 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개척 초기 강당을 대관하여 사용할 때 느꼈던 필요입니다. 주중에 출근할 곳이 없고, 자기 자리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기에 주일 예배 공간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주중 공간도 공유하고 목양실도 공유합니다. 주중에 일대일제자훈련, 주중예배 등의 공간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둘째, 부담을 주지 않는다.

교회를 개척하려고 할 때, 교회로 사용할 목적으로 상가를 임대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또 어렵게 상가를 임대하려고 해도 임대보증금, 인테리어비용, 매월 임대료, 교회 유지비 등이 부담이 됩니다. 공유를 생각하면서 공유교회에 재정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희 교회도 후원을 받고 있지만 이미 교회 공간을 임대했고, 임대보증금을 마련했고, 공간에 대한 인테리어비용도 지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그래서 함께 공유하는 교회가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잘 갖추어진 교회를 무상으로 사용하려고 할 때 느끼는 부담과 위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정말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그것도 없으면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생명도 미숙아로 태어날 때 인큐베이터가 필요합니다. 그 안에서 더욱 튼튼하고 건강한 몸이 될 때 부모의 품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저희 교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생각됩니다.

 

셋째, 주일 시간대를 너무 많이 공유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교회와 주일 공간 공유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일상으로교회는 11시 예배, 흰여울교회는 2시 예배를 드립니다. 교회 공간은 목양실, 유아실, 주방, 로비, 예배당, 화장실이 있습니다. 공간들만 나열하면 엄청나게 큰 공간 같지만, 전용면적 45평 정도의 작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한 교회가 예배당을 사용하는 동안 다른 공간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여러 시간대로 나누어서 공간을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예배 전후 준비와 교제가 있어야 하기에 많은 교회들과 공유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넷째, 철저히 독립된 교회를 인정한다.

저희 교회는 고신교단 소속이고, 함께하는 흰여울교회는 통합교단 소속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임을 잊지 않고 신학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향하는 신학적 방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이쪽이 맞으니 이것을 수용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지, 신학이나 교회의 지향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각자의 교회를 서로 철저히 존중하고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사역적 동역을 같이한다.

두 교회 모두 개척교회입니다. 그 말은 일꾼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코로나펜데믹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여전히 전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3월부터 학교등교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 혼자서 하려고 했다면 주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교회가 같이 매주 화요일 오전에 학교등교전도를 합니다. 현수막 문구, 디자인, 간식포장, 간식비용 부담까지 모두 같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은 교회들의 연합사역이 만들어지고 시너지를 가지게 됩니다. 더 많은 사역적 동역을 꿈꾸고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일상으로교회는 작은 교회 공간이지만, 다양한 모임, 다양한 활동들이 가능합니다. 우리교회, 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함께 꿈꾸는 동역자들이 이 공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을 전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모양으로, 다른 이름으로, 다른 부르심으로, 모이지만 그 속에서 연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연합함의 능력이 되어 나타날 것을 기대합니다.

일상으로교회 로고
일상으로교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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