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천헌옥 목사

어젯밤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장대 같은 빗줄기는 아스팔트며 유리창이며 얼마나 세게 두들기는지 그야말로 난타 공연장 같았다. 정말 시원하다 못해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흘러가는 물은 온갖 더러움을 안고 하수구로 향해 누가 볼까 봐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가고 그들은 아마 얼마 후엔 그들을 정결케 해줄 바다의 품에 안기리라.


아침,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상쾌한 아침을 깨운다. 나는 한없이 좋은 기분으로 뒷산에 오른다. ! 멀리 더 멀리 어찌 그리도 깨끗하고 선명하며 원색 그대로의 아름다움인지 몇십 리 밖의 산들도 또렷하다.

흐르는 땀방울을 바람이 앗아가고 하산을 서두르는데 저쪽 구석에 화려한 꽃 한 송이가 내 눈을 잡아끌었다. 간밤 그 빗줄기 속에서 피었단 말인가? 너무 아름다워 들리지 않는 그대 목소리를 들으려고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 그런데 그는 잎도 없고 줄기만 있는 버섯이었다. 마침 그리로 지나던 길손이 조용히 이르는 말 "그것은 독버섯입니다" 순간 나는 화들짝 탄성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떨어지며 일어섰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독버섯이라니! 그에게 주었던 사랑과 애정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보아도 눈길을 끄는 그의 화려함 속에 독을 품고 있다는 생각에 만 정이 떨어진다. 화려할수록 독이 더 강하다고 하니 색을 보고 끌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렇다. 무엇이든 겉모양으로 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참기름을 바른 듯 미끄러지는 말, 잘생긴 용모, 번지르르한 외양,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무엇을 그 속에 담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의 내면의 세계가 중요한 것이다. 그의 속사람의 아름다움이 참 아름다움이다. 천사 같은 말쟁이도 알고 보면 독버섯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탄은 그렇게 미끄러지는 속임수로 아담 하와를 넘어지게 했다.

눈물 흘리는 유족(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6.17 /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금지.
눈물 흘리는 유족(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6.17 /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금지.

공무원 한 사람이 북쪽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졌다는 사실은 거짓으로 감추어져 있었지만 이제 드러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거짓으로 묻는다고 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거짓은 포장이 화려하다. 그를 월북자로 만드는 데는 그럴듯한 수많은 프레임들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씩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출한다. 전임 대통령은 이를 숨기기 위해 15년 동안이나 진실을 알지 못하게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해 버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진실이 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돌 밑에서도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독버섯 하나가 나라를 온통 들끓게 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국민의 슬픔이 되고 있다. 독버섯은 손대지 않고 피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이미 그 독소를 마신 사람은 고통이 그치지 않는다.

 

물론 상처는 남겠지만 늦었더라도 진실을 밝혀내어 고통을 씻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에 뭉친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소나기가 모든 더러움을 씻어 버리듯 씻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나라에 비 갠 후 맑은 하늘에 희망의 무지개가 뜨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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