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음성을 먼저 잘 듣게 해 주소서

설교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끝까지 붙들어 주소서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작년에 결혼한 작은딸이 주일 아침에 이런 기도문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선포하는 아빠를 붙잡아 주셔서 아빠의 생각과 경험과 뜻을 내려놓고, 주의 거룩하신 말씀만을 바르고 담대하게 선포하여서 예수 그리스도만을 전하게 해 주십시오. 삼위 하나님만 드러나게 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시간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예배드리는 동안 모인 성도들에게 임재해 주세요. 말씀을 듣는 성도들의 마음을 붙잡아 주시고, 말씀으로 깨어지고 은혜받게 해 주세요.” 주일마다 그렇게 해 주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토요일 저녁이나 주일 아침에 설교자인 나를 위해 집에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설교자는 누군가의 중보기도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위대한 사도 바울도 그랬습니다.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 항상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 또 나를 위하여 구할 것은 내게 말씀을 주사 나로 입을 열어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 할 것이니”(에베소서 6:18-19) 바울 사도보다 훨씬 부족한 우리 설교자는 그런 기도를 더 많이 필요로 함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교자를 통해 말씀하기를 원하시는 주님! 잘 듣는 자가 잘 말할 수 있겠사오니, 우리 설교자가 하나님의 음성을 먼저 잘 듣게 해 주소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은 것을 전하게 하소서. 시의적절한 말씀이 되도록 시대를 잘 통찰하며, 교회와 교우들의 형편에 맞게 설교할 본문을 잘 선택하게 도우소서. 성경을 성경으로 잘 해석하도록, 성경의 원저자이신 성령님께서 잘 가르쳐주소서. 그래서 우리의 설교가 인간의 말이 아니라, 진짜 하나님의 말씀이 되게 하소서.

성도들을 위해 우리를 설교자로 세워주신 주님!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소서. 대학원에서 3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서 그동안 성경을 많이 연구했으면서도, 아직 어떤 본문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부족함을 용납하여 주소서. 교인들이 설교를 오래 들었는데도 변하지 않으므로 인해, 낙담하는 우리를 굽어살펴 주소서. 교인들을 탓하기 전에 설교자인 우리 자신이 먼저 변하지 않는 것을 회개하오니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그런 여러 이유로 때때로 설교를 포기하고 싶은 우리를 끝까지 지켜 주소서.

일곱별을 붙잡고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요한계시록 2:1) 주님! 설교자가 강단에 설 때마다 꼭 붙들어 주소서. 그동안 수없이 설교했지만, 지금도 강단에 설 때마다 떨리는 우리를 붙들어 주소서. 한 주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설교를 듣는 교인이 적어서 때로 낙심하고 실망하는 우리 설교자를 붙들어 주소서. 약한 자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병든 자를 고치지 못하고, 졸고 있는 자들을 깨어나게 못함으로,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게 생각되는 우리 설교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끝까지 붙들어 주소서.”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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