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추석 명절입니다. 고향을 찾아 먼 길을 오갑니다. 그 길에서부터 아이들은 마냥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그저 마음 편하게 좋아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일이 더 많지 싶습니다.

실제로 옛날에는 듣지 못했던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명절 후에는 이혼하는 부부가 많아진다는 웃픈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마음이 힘들어서 앓는 경우가 더 많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럴 것이 옛날에는 몇 년 만에 만나도 변화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소식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차이 나는 경제적인 변화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와는 딴 세상에 사는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대적으로 찾아오는 박탈감과 비교심리가 발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업성적을 묻는다든지 결혼과 취업 혹은 부동산의 유무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듯합니다. 특히나 가족 친지 관계일수록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은 경기 대화 중에 꺼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게는 자랑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절이 즐겁지 않고 오히려 위험한 날이 되어가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는 그리스도인답게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실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께 직접 손으로 쓴 감사 편지를 드린다든지(최고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앉은 자리에서 서로를 칭찬하는 몇 가지나 감사 거리를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으면 다음 명절이 기다려질 것입니다. 누구 누구 집의 경제력이나 누구누구 집 아이의 학교 이야기, 누구누구의 결혼이나 직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는 안 오고 싶다는 명절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명절이 되도록 그리스도인답게 대화를 주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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