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백수(白壽·99세) 맞는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 목사
-예수의 유언도 그랬다. “아버지 손에 내 영혼 바치나이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하나님께 다 바칩니다’란 뜻이다. 내 주장, 내 의견이 없는 거다. 그럴 때 성령이 와서 나를 지배하는 거다. 목회자의 설교도 그래야 한다.”
-그런 설교라면.
“내가 책을 많이 보고, 내 창고에 책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걸로 설교를 하고 ‘잘했다’고 하면 맞나? 아니다. 그건 나의 말이고, 나의 강의다. 목회자가 강단에 설 때는 내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며 얻은 하나님 말을 하는 거다.”
-그래도 설교를 듣고서 “오늘 은혜를 받았다”고 하지 않나.
“나도 종종 그런 말을 듣는다. 듣기는 좋다. 그러나 은혜를 받고 안 받고는 나와 관계가 없다. 그건 하나님의 영에 의해서 받는 거다. 교회에서 사람들은 종종 ‘아멘!’하고 반응한다. ‘할렐루야’라고 외친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멘’인가. 그렇게 말한다고 자신의 신앙이 더 깊은 건가. ‘아멘’은 그런 뜻이 아니다.”
-‘아멘’은 무슨 뜻인가.
“그건 ‘사인’이다. ‘아멘’은 마음으로 하는 사인이다. ‘그렇습니다. 나도 그래요’하고 사인하는 거다. 그래서 진실로 하는 말이 ‘아멘’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라고 말했다. 그게 ‘아멘’이란 뜻이다.“
-어떡해야 마음으로 사인을 하게 되나.
"회개를 통해서다. 회개가 뭔가. 자기가 죽는 거다. 완전히 투항하고, 무장도 벗고, 나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젠 다 맡아주세요’ 하는 거다. 교회에서 하는 간증도 마찬가지다.”
-간증이라면.
“간증하면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걸 하고, 내가 저걸 했다고 한다. 그건 하나님의 영광을 욕되게 하는 거다. 참다운 간증에선 나는 없고, 주님만 나타나는 거다.”
방 목사는 평양 숭실대에서 보냈던 대학 시절을 말했다. “그때 강의실 의자가 나사로 바닥에 박혀 있었지. 그 의자를 몇 개나 부쉈는지 몰라. 빈 강의실에 앉아 기도하면서 내 죄가 정말로 많다는 걸 알았거든. 의자를 잡고, 마구 흔들고, 통곡하면서 회개했지. 그래도 다음날 또 죄가 보여. 회개를 할수록 마음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배율도 더 높아지는 법이거든.”
-그럼 언제까지 회개를 하는 건가.
“주님이 오실 때까지다. 사람들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나쁜 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알아야 한다. 나도 내일의 유다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죄를 찾아야 한다.”
-죄를 찾으면 어찌 하나.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면 된다. 성경에는 ‘너희 죄가 주홍같이 붉을지라도 눈과 같이 깨끗해진다’고 했다. 죄는 회개하는 즉시 깨끗해진다. 단, 진실한 마음이어야 한다.”
방지일 목사의 생애에 관한 기획전시 ‘방지일 목사 특별전’은 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인천 갈산동 한국선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다.(중앙일보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