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인가 낙엽인가? / 사진@김윤하
단풍인가 낙엽인가? / 사진@김윤하

단풍인가? 낙엽인가? / 김윤하

 

남이섬에서 늦가을과

초겨울의 맛을 느꼈습니다.

문득 지난 봄날에 싱그러운

초록 잎들의 향연이 생각났는데,

겨울을 뚫고 피어오르는

잎새들의 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꿈이 영글어 단풍과 열매로

풍요로운 가을을 익혔습니다.

한동안 붉음을 자랑하며

가을의 왕자처럼 노래하다가

어느 순간 떨어져 낙엽으로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그런데 아직은 색깔도 냄새도

썩지 않은 해맑은 단풍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의 자화상처럼 어른거렸습니다.

나나 너나 이제는 떨어진

단풍 같은 존재이지 않느냐?

그러나 그 단풍 밑으로

낙엽 되는 소리가 은근하게 들립니다.

너의 부활의 봄을 위하여

거름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 사명은

죽어서 거름되는 것입니다.

단풍처럼 보이려고

위선 떨거나 자랑할 틈이 없습니다.

낙엽이 되는 것이 순리이고

거름되는 것이 마지막 사명입니다.

 

◇www.kyh.tv 예그리나

글/사진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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