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덥히다가 요즘은 자주 엄마 생각을 한다

 

김희택 목사
김희택 목사

겨울이 되면 유난히 무릎이 시리고 발이 차가워진다. 이게 한창때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넘어지기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며 강원도 주문진, 강릉, 삼척의 해안에 불어오는 칼바람 맞으면서 무슨 떵배짱이었던지 내의도 안 입고 오토바이 타고 해안 경계 초소들 돌아 댕긴 훈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81년 종군하면서 타기 시작한 오토바이, 85년도에 중고차 제미니 인수하면서 잠시 모른 척했지만 2001년에 전역하고 200210월에 부산 와서는 여전한 제 버릇 남 주지 못하고 대림에서 나온 125CC짜리 Daystar 타고 댕기다가 사고 내서 다친 후에 처분하고 그다음에 또 효성에서 나온 250CC 미라지 타고 다니다가 2006년도에 중국 들어가느라 역시 헐값에 처분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한국 돌아가면 역시 그 유혹에서 벗어나겠나 싶었는데. 부득이하게 중국을 떠난 지금도 '콰르릉' 소리 내며 지나가는 '할리 데비'를 보노라면 문득 아무리 나이가 만만찮아도 저 정도라면 전국 투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갑자기 혈압이 오른다.

겨울마다 무릎에서 찬바람이 나고 발이 시려오니 시방 내 나이가 몇 갠데 엄마 생각이 난다. 발이 시려서 소파에 기대어 발 앞에 선풍기형의 전열기를 갖다 놓고 발을 덥히다가 요즘은 자주 엄마 생각을 한다.

20년 군종 사역 마친 후 전역하고 군대 생활을 하느라 함께 하지 못했던 어머니 모시고 부산에서 목회하던 2003년 늦은 겨울 저녁, 밖에서 돌아와 무릎이 고장 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고 누워계신 어머니 방에 들어갔더니 이불 밖으로 휑하니 발이 나와 있었다. 방금 밖에서 돌아온 찬 손을 난로에 조금 덥힌 후 만지는 엄마의 발이 차가웠다. 발목 위 종아리까지 드러난 작고 앙상한 발, , 우리 엄마도~

30대 젊은 날에 과부가 되신 후 이 작은 발과 짧은 다리로 자식들 키우느라 동동거리며 부지런하게도 다니셨을 것인데……. 이렇게 볼품없이 쪼그라들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엄마 방에 가보니 온몸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사람 죽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 전혀 눈치도 못 챘지! 어제저녁에 아들이 발 주물러 줄 때 약간 움찔하시다가 가만히 계시기에 쑥스러워서 그렇거니 했고, 또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던 나도 그게 뭐라고 생색을 내는 것 같아서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평상시처럼 무심하게 다리만 좀 주물러 드리고는 이불 여며서 발 시리지 말라고 잘 감싸주고 나오면서도 전혀 그 어떤 느낌도 없었는데……. 그러면 그때 이미 식어가는 중이었던 거 아니었나? 그런데 그게 내가 한 마지막 효도였었나? 싶으니 참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온다.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한다는 것이 한 가지 조건이요, 두 번째는 부모님을 여의고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러봐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저녁에 추가하고 싶은 요소 한 가지 더 깨닫는 것은 어른이 되어 제대로 철이 든 자식은 영원한 불효자라는 자각이다. 이것~ ! 내가 발 시리니 엄마 생각나고 내 죄가 생각이 나네! 많이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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