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싶습니다.”
설교는 실패해도, 사랑은 실패하지 않는 것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나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놀던 동네에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축구를 조금 더 잘했습니다. 누구나 무엇을 좋아하면 그것을 잘하고, 무엇을 잘하면 그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내 별명이 펠레로 불려질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고 부끄럽습니다만. 펠레는 브라질의 축구영웅, 세계적인 축구선수였습니다. 그가 엊그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글 말미에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유언이 적혀있었다 합니다.

공동묘지에 가 보면 무덤마다 비석이 있습니다. 비석의 뒷면에는 일반적으로 고인의 출생일과 사망일 그리고 가족관계를 새겨놓았습니다. 그런데 앞면에는 보통 이름이 있고, 이름 앞에는 그의 신분을 적습니다. 예를 들면 목사 오병욱혹은 성도 OOO’라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다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성경 말씀이나, 고인을 회고할 수 있는 글귀를 적어두기도 합니다. 때로 나의 비석에 이런 글이 적히면 좋겠다고 소원해 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 사랑했던(에베소서 6:24) 오병욱

작년 봄에 충청서부노회에서 목사안수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임준혁 목사님이 안수받았습니다. 여름에는 부산 8영도교회에서 문지환 목사님의 위임식이 있었습니다. 그 안수식과 위임식에서 나는 똑같은 설교를 했습니다. ‘목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가가 설교주제였습니다. 목사는 설교를 잘해야 합니다. 산을 옮길만한 믿음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고린도전서 13:1-3). 설교 잘하는 것보다, 많이 사랑하는 목사가 가장 훌륭합니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숨은 해돋이 명소인 북산면 부귀리 건봉령 승호대에서 한 커플이 하트를 만들며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 2023.1.1/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숨은 해돋이 명소인 북산면 부귀리 건봉령 승호대에서 한 커플이 하트를 만들며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 2023.1.1/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신학대학원 시절입니다. 우리는 수업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마다 기도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목회하는 친구가 그 시절에 기도했던 말이 종종 생각납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날 그 기도가 매우 진솔하게 들렸습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사랑하는 주님혹은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부도수표 같은 기도처럼 들렸습니다. 차라리 잘 사랑하지 못함을 인정하며 그렇게 겸손히 기도하는 것이 좋게 들렸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새해 소망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금년에 개인적이고 교회적인 나의 소망은 더욱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교회와 성도를, 민족과 열방을 더욱 사랑하는 것입니다. 설교는 실패해도, 사랑은 실패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못하고 재정은 모자란다 해도, 사랑은 충분한 교회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더욱 사랑하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324)하고, 이전보다 더욱 사랑”(315)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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