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어학 전문가가 말하는 디지털 시대 문해력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바야흐로 읽기 전성시대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장르 소설, 웹소설, 디지털 논문 등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문해력이 좋아졌다는 신호는 어디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읽기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책 표지 이미지[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 표지 이미지[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나오미 배런 미국 아메리칸대 언어학 명예교수가 쓴 신간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어크로스)는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저자의 연구 성과를 담았다.

책에 따르면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간의 읽기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기존 종이책에서 전자책, 구독 서비스, 동영상 강의와 오디오북까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읽기는 다양한 경로로 확장 중이다.

과거 문해력은 읽고 쓰는 능력이 전부였지만,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해력은 디지털 정보에 접속하고 소통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술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종이책 읽기만으론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읽기 매체를 넘나들며 어떠한 방식으로 텍스트에 집중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지, 그 차이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종이책과 디지털의 이분법을 넘어 각 매체에 맞는 새로운 읽기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걸음마 단계나 취학 전 아동의 경우, 읽기 목적이 소통력 향상이라면 종이책이 좋다고 조언한다. 읽기에 재미를 붙이는 목적이라면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디지털 매체를 읽을 때의 ''도 제시한다. 자료를 스크롤 할 때보다 고정된 페이지를 읽을 때 집중도가 높아지니 "페이지 넘기기 기능을 사용하라"거나 "디지털 자료를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장편 소설 같은 장문의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한 매체가 다른 매체보다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처한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읽고 배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종이책을 읽는 문화는 계속되리라 예측하면서 디지털 텍스트도 우리의 일부가 됐다고 말한다. 요컨대 매체의 증가는 '읽기의 확장'이지 '읽기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매체가 어떤 종류의 학습에 어울리는지 식별해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전병근 옮김.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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