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Asia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PHL 교수) 부산대학교,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학원, 영국 브리스톨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구약윤리를 공부했다. 경성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통일교육문화원 이사장, 애국지사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이성구(Asia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PHL 교수) 부산대학교,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학원, 영국 브리스톨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구약윤리를 공부했다. 경성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통일교육문화원 이사장, 애국지사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변화를 거듭하는, 그러나 효력 없는 대한민국 국방정책

대한민국 정부는 해마다 국방자료집을 내놓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격년으로 국방백서를 발간한다. 그와는 별도로 정부가 바뀌면 상황에 따른 국방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한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 이명박 정부는 국방개혁 307, 박근혜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 윤석열 정부는 국방혁신 4.0을 새로운 국방정책으로 제시했다. 남북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국방정책도 강온정책이 반복된다. 북한이 주적으로 명확하게 표현되다가 갑자기 주적 개념이 사라져버린다. 군대가 왜 존재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방비는 해마다 늘어 간다. 우리가 어떤 정책을 내놓든 어떤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든 북한은 별로 변화가 없고, 세월이 흐를수록 국방정책의 한계가 명백해지며 남북관계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유엔조차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핵실험을 시도하는데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편을 들고 있으니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든지, 무너지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통일부는 자칫 국민에게 희망 고문만을 안겨주는 부서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일부가 가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통일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억지로 꺾을 수는 없으니 그냥 존재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느낌을 받는 정도이다. 때때로 통일부 폐지론이 등장하는 이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국방정책은 무기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대항할 수 있도록 미국의 핵전략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정도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길 외에 현재 우리나라가 북한 핵무기의 위기를 이겨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은 세계 각국의 반대로 허용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아직도 미군 철수를 부르짖으면서 마치 독자적인 방어가 가능한 것처럼 호도한다면 그러한 자들은 현실에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불변의 북한, 무의미한 국제공조,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는 2006년 이전 두 차례 시행되었고, 그 이후 2017년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무려 열 차례나 제재결의안이 채택되었다. 9·19공동성명은 제46자 회담 중 20059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선언이다. 특히 2018918~20일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는 9·19공동선언 발표뿐만 아니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까지 채택하는 등 진일보한 협상 결과를 보였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아래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이다.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간다고 천명하기도 하였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4개 항,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방안 2가지(상설면회소설치,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 화해와 단합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 3개 항(예술, 체육, 3·1운동 100주년 행사), 비핵화 실천 3개 항(동창리 엔진 시험장 폐쇄,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한반도 완전비핵화협력)에 대한 합의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과정들은 마치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마저 받게 하였다. 그러나 군사 분야에 우리가 대폭 양보하여 전방 GP를 제거하는 등 물러서기만 하였을 뿐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핵무기에 눌리는 형국에 이르고 말았다.

최근 들어 북한의 김정은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긴장하게 하는 장거리 미사일까지 지속해서 쏘아 올리며 2018919일에 양측이 서명한 공동선언을 전면 부인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장으로 국방이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것 외에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길은 없는가?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과거의 역사를 들춰 보면서 미래의 방향을 찾으려한다. 특히 구약의 이스라엘은 오늘의 대한민국 국가 운영에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하였을까?

 

심판의 메시지를 전한 선지자들, 그리고 그들의 몸부림

이스라엘에서 선지자들은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아브라함도 선지자로 불렸을 만큼 그 역사는 길게 이어진다(20:7). 따라서 그들은 이스라엘의 역사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신앙적, 도덕적으로 부패하였을 때 왕들을 향하여서도 거침없이 심판의 메시지를 쏟았다. 하지만 선지자들은 심판의 메시지만 전달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심판의 메시지와 함께 보여준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다.

선지자들 가운데 유독 역사의 경계선에 섰던 사람이 바로 예레미야이다. 기원전 7세기 말(BC627~586)에 남유다에 등장한 예레미야 선지자는 우상 숭배, 도적질, 살인, 간음, 거짓 맹세하는 백성들의 부끄러움을 폭로하며 회개를 외쳤다. 예레미야는 북왕국 이스라엘이 망하고 이제 남왕국 유다도 기울어져 가는 모습을 직시하였고, 심지어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가 눈이 뽑히고 포로로 잡혀가는 모습까지 바라보아야 했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메시지를 선포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그의 마음이 어떠하였을까. 그 절박한 시점에 예레미야는 최후 수단을 동원하고,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레미야 91-2절은 그 상황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데, 다양한 번역 성경들이 일관 되게 보여준다.

어찌하면 내 머리는 물이 되고 내 눈은 눈물 근원이 될꼬 죽임을 당한 딸 내 백성을 위하여 주야로 울리로다(개역개정).

살해된 나의 백성, 나의 딸을 생각하면서, 내가 낮이나 밤이나 울 수 있도록, 누가 나의 머리를 물로 채워 주고, 나의 두 눈을 눈물샘이 되게 하여 주면 좋으련만!(새번역)

Oh that my head were waters And my eyes a fountain of tears, That I might weep day and night For the slain of the daughter of my people! (NASB)

위 본문 1절의 정확한 히브리어 표현은 '내 머리가 물을 주고, 내 눈이 눈물샘이라면이다. 선지자는 자신의 머리가 물을 가득 담아 놓은 저수지 같고, 눈은 물이 솟아나는 샘(maqom) 같기를 소망한다. 마음만 먹으면 눈물을 펑펑 쏟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만큼 마음이 비통하고 슬펐음을 말해준다. 눈물이 줄줄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선지자의 얼굴, 이것이 자기 민족의 멸망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모습이다.

소위 눈물을 여성의 무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눈물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가장 답답하고 힘들 때 누구나 보일 수 있는 마지막 표현 수단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대장부든 소인배든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만날 때 사람은 누구나 눈물을 보이기 마련이다. 흔히 눈물의 선지자로 불리는 예레미야는 비극적인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펑펑 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외에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민족의 패망에 눈물을 뿌리던 예레미야는 포로로 잡혀갈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이 이스라엘 민족의 끝이 아니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29:10).

하나님께서 열조들에게 약속하셨던 그 땅을 잃고 이방 나라로 잡혀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당한다면 그건 역사의 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절망하며 통곡하는 예레미야에게 들린 음성은 그 치욕적인 역사가 70년 만에 끝이 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이었다. 소망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이유였다.

 

교회가 눈물의 전투 최전방에 서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남을 돕고 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나라 한 편에서는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세계 최하의 출산율은 결국 인구를 급속도로 줄일 것이고,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가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일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어떻게 이겨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기축통화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국가, 기업,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상당히 악화하고 있음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극단적으로 분열되어버린 우리나라 이념 지형은 정치권의 타협과 조정기능을 무력화시켜버렸다. 국민의 눈에는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워한다. 요란하고 현란한 정치적 언어조차 거칠고 막가는 소리에 뒤덮여버렸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어느 누구도 북한 주민의 고통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분단된 조국을 앞에 두고서도 눈물을 쏟는 사람이 없다. 사회는 물론이요, 교회조차 울지 않는다. 분노와 혐오의 발언은 세어지고 있으나 교회와 국가의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눈물을 흘릴 만큼의 나라 사랑과 교회 사랑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한때 우리 정부는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북한에 마음껏 퍼주었고, 그게 핵무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반대로 한동안 문을 틀어 잠그자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해킹을 통해 미사일 발사 자금을 마련하게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유엔이 철저하게 경제봉쇄 정책을 가동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풀릴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제 한 가지 방법뿐이다. 나라의 멸망을 예상하며 눈물을 쏟아내었던 선지자 예레미야의 길이다. 그런 순진한 생각으로 무슨 역사를 이루겠느냐고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인간의 지혜와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통곡하며 기도하는 것뿐이다. 한국교회가 3·1운동, 건국운동 때처럼 대한민국 역사의 주역이 되려면, 역사의 주인 앞에서 철저하게 회개하고 긍휼을 구하는 통곡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님이 사랑하는 형제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듯(11:35), 생명을 향한 진정한 사랑은 눈물에 담기는 법이다. 우리가 북한 동포의 고통에 대해 통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주셨던 그 소망의 말씀을 듣게 될 것이다.

네 고통의 날이 차면 마침내 통일의 자리로 돌아오게 하리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126:5).

 

※월드뷰 2023년 2월 호에 실린 글을 저자의 허락으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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