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나비, 이태원 압사 참사 논평

참사는 정치분쟁화되어서는 안되며, 정부는 군중 압사방지 인파 관리 매뉴얼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일인 핼러윈날에 핼러윈 문화를 능가하는 문화 선교 대안을 제시 해야한다.

 

샬롬나비 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사무총장 김윤태 박사
샬롬나비 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사무총장 김윤태 박사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2015)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하였다. 1986'위험사회'란 저서를 통해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가공스러운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하였다. 광우병, 구제역, 고엽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코로나19에 이어 지난해 20221029일 이태원 압사사고는 위험사회의 징후가 여실히 입증되었다 할 수 있다. 그날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핼러윈 축제 전야에 최소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해밀턴 호텔 옆 골목 3.2 미터의 좁은 골목에서 선채로 질식(窒息)되는 압사 사건이 발생하여 158명이 희생되는 현대판 군중압사(crowd crush)사건이 일어났다. 이 중 외국인 11개국에 26명이 포함되어 있다. 사망자 상당수는 20대였다. 사고 경위를 떠나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고는 단일 사고 인명 피해로는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참사다. 샬롬나비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음같이 우리의 견해를 천명한다.

 

1. 재난 대비에 인파(人波) 사고 대책이 빠져 도심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났다.

그날 밤 이태원동 중심의 해밀톤호텔 옆에 있는 폭 3.2m, 길이 40m 정도의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 축제를 맞아 이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대거 이태원으로 몰린 탓이 컸다. 사고 발생 장소는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경사진 골목이다 보니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깔렸다는 것이다. 중간에 빠져나갈 곳이 없는 좁은 경사로에 112명에 달하는 사람이 몰렸고, 양방향에서 동시에 진입하려는 압력이 가해지면서 중간에 끼인 많은 이들이 질식사했다

전문가들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4분가량이라고 말한다. 심정지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구급대원도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까지 가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은 대규모 군중 관리를 위한 경찰 인력을 충분히 사전 배치하지 못한 것이다. 그 배경은 경찰 윗선에서 국민 안전보다 정권 보호에 치중하고, 축제 등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일보다 집회 시위 대응이나 경호경비, 마약 단속 등 위에서 관심 갖는 기획성 수사에 실적을 내는 데 더 관심이 집중된 데 있다. 이번 참사는 경찰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장소와 시간에 안전 관리를 잘못한 인재(人災).

 

2.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역부족이었던 측면이 있지만 대비가 부족했었던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태원 일대엔 사고 전날인 28일에도 수만 명이 몰렸다. 토요일이자 사고 당일인 1029일엔 인파가 더 몰릴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이나 담당 구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안전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경찰 137명을 이태원에 배치해 안전·질서 유지를 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절도·마약 범죄 등 강력 사건 예방에 집중돼 있었다. 용산구도 코로나 방역 대비책에만 집중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의 책임 공방 속에, 사고 4시간 전부터 약 80건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사고의 상황적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처에 나타난 경찰의 난맥상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이라는 사실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 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숨졌다. 어느 한 곳이 아니라 구청부터 대통령실까지 전체가 문제다. 또 말단 현장부터 최고 결정자까지 체계적으로 무사안일하였다. 지금 정부의 대처 자세는 무책임하다. 지금의 내각, 대통령실, 여당으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끊임없이 지적된 문제다. 재난 대처에 대한 메뉴얼이 없다.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그 사실이 거듭 분명해졌다. 이 사태에 관련된 부서장들은 사태 수습 후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참사는 대통령과 장관 등 행정부, 여야 정치권, 그리고 치안과 지방행정을 책임진 수장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지휘를 받는 일선 실무자들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도 70%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시민분향소에 놓여진 국화(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꽃들이 놓여져 있다. 2022.12.18
시민분향소에 놓여진 국화(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꽃들이 놓여져 있다. 2022.12.18

3. 윤 대통령은 참사에 대하여 신속한 대책과 투명한 행보를 보여주었으나 인사에 역점을 둬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출범 6개월째를 맞았으니, 말 그대로 지금쯤은 증명해야 하는 때다. 적어도 이태원 참사에 대통령 자신의 실수는 없었다. 조치도 무난했고, 행보도 투명했다. 대통령의 조화가 나뒹구는 가운데서도 다섯 차례나 조문을 갔다. 하지만 총리는 웃고, 장관은 실언하고, 수석들은 빈정댔다. 대통령 혼자 비통해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은 명백히 국가가 소용없다는 말이다.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나온 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 조 세종은 일찍이 무슨 일이든 전력을 다해 다스린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조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사람 힘으로 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4. 핼러윈 문화는 디지털 지구촌 시대에 젊은이들의 국제문화 행사가 되었다.

핼러윈(Halloween)이라는 말은 Hallow라는 Holy(거룩한, 성스러운)라는 옛 영어이고, Eve(ning)이라는 말은 거룩한 전야라는 뜻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켈트족 문화의 영향이다. 가을의 수확에 대하여 감사하고 축하하며 풍요로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이 날 밤 모든 악령과 악마를 몰아내고 새해에는 행운과 풍작을 기원하는 의식을 올렸다. 이것이 바로 핼러윈 축제의 기원이다.

다른 하나는 가톨릭적 유래이다. 이날은 가톨릭에서 지칭된 모든 성자들의 날로서, 교황 그레고리 3세에 의해 8세기경 로마에 있는 모든 성인들을 위한 예배를 드리는 형태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이 날은 연옥(purgatory, 영혼이 정화되는곳)의 날로 기념되기도 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형태로 자리잡은 핼러윈 축제의 의식(ritus)에는 호박, 오이를 도려내 등불을 만들고 짚과 말린 보리자루 등으로 허수아비와 동물들을 만들고, 으시시한 가면을 만들어 쓰고, 악령과 귀신을 놀라게 해 퇴치한다. 이러한 귀신문화가 포스트모던시대에 국제적인 문화가 되어 버렸다. 핼러윈 문화는 국제화된 시대의 추세로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국제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이 참사가 악령과 귀신 놀이인 핼러윈 문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5. 이태원 참사가 유족들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름 공개 등으로 정치적으로 이용, 정권 퇴진 주장 등, 분쟁화 되어서는 안 된다.

친야(親野) 성향 언론 더탐사’, ‘민들레가 진정한 추모가 되기 위해 사진, 위패가 있는 상태가 바람직하다며 유족들의 동의 없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여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태원의 비극을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극화해서 정권을 파괴하겠다는 운동권 특유의 증오 마케팅으로 비난받고 있다. 국민이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거나 큰 슬픔에 사로잡힐 때, 들불처럼 거세게 정권 타도의 운동이 일어나 정국을 덮치는 쓰나미가 됐다. 하지만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다. 이번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달리 희생자가 성인이고, 사건 이후 희생자들에게 핼러윈 축제 참여 등에 대한 2차 가해다. 유족 동의 없는 명단공개는 민법상 불법행위다. 명단 공개는 결국 대중적 분노를 자극해서 권력을 무너뜨리는 얄팍한 정치 선동일 뿐이다. 불의의 사고가 터지면 정부는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정권이 퇴진해야 한다면, 외교·안보·정치·경제의 막중한 책무는 누가 진단 말인가. 이태원 참사 뒤 신속히 조직된 정권 퇴진집회는 민주사회 선거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다. 의원이 단상이 오르고, 진보 원로다 퇴진 권고주장한다는 것은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법치주의가 아닌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파당주의적 사고일뿐이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있을 때면 괴담 등 혹세무민을 통해 정파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가 치른 비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비극적인 참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이런 행태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

 

6. 정부는 앞으로도 군중 압사 사건을 막기 위하여 대규모 인파 관리 메뉴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인이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지하철 등 사람이 붐비는 상황에 익숙한 탓에 위험을 인지하는 게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킬(Keele)대 군중 행동·심리 전문가 클리퍼드 스토트(C. Stott) 교수는 군중 압사는 선·후진국 안 가리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는 징후를 간과한 탓이다. 밀접지역 모니터링·연구하고 경찰의 공공안전 기능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후진국에서만 일어나는 사고도 아니다. 20032월 미국 일리노이주 나이트클럽에선 계단 출구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21명이 숨졌고, 독일에선 2010년 한 음악 축제에서 터널을 지나던 관객들이 서로 밀고 밀리다가 19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스토트 교수 등 전문가들은 미리 사고 가능성을 예측해 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군중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어. 군중 과학을 연구하고, 이를 국가와 지자체, 경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재난 대비 시스템에 대규모 인원이 몰릴 때를 상정한 인파 대책 메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고 우려 지역에 CCTV를 설치해 영상 분석 기술로 인구밀도, 통행 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안전 관리 인원 투입, 출입 통제 같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송년 행사 때 경찰 통제선 바깥에 인파가 몰리면 해산시키겠다는 경고를 발표하는 등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한다. 이런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대규모 인파를 관리하는 메뉴얼을 갖춰야 한다.

 

7.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일인 핼러윈날에 핼러윈 문화를 능가하는 문화 선교 대안을 제시 해야한다.

한국교회 일부 극보수 진영이 이번 참사가 핼러윈 문화가 빚어낸 재앙이요 이에 대한 하나님 심판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인식은 독단적이며 희생자들에 대한 두 번째 가해가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제화된 대중문화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일 뿐이다. 경찰은 이러한 인파의 쏠림 현상을 사전에 통제했어야 했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핼러윈 문화라는 대중문화에 빠진 것이다. 한국교회는 대중문화를 선교의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개신교에서는 1031일을 핼러윈 날보다는 종교개혁의 날로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독일의 많은 교회들은 이날에 루터의 사탕(Luther’s Bonbon)을 만들어 나누며 즐기고 있다. 루터의 사탕을 함께 나누며 종교개혁의 의미를 가르치고 되새기게 만든다. 한국교회는 한편으로는 귀신 퇴치를 합리성이라는 무속 배격으로 대치하고  다른 편으로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부각시켜야 한다.

 

8. 국교회는 이태원의 아픔을 위로하고 이들의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꽃다운 청년들의 죽음과 유족들의 슬픔과 아픔에 참여하고 저들의 고통의 처지에 공감하는 위로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참사에 대하여 잃은 양을 돌보는 목자의 심정으로 꽃다운 아들과 딸, 친구, 오빠, , 동생, 친척을 순식간에 상실한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저들과 함께 울어주어야 한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12:15). 많은 친구들이 트라우마(trauma)에 빠져 있다고 한다. 세월호 사태 때도 대다수가 자녀들이었는데, 다시 한번 국가적 참사로 자녀들이 희생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한국교회는 자녀들을 잃게 된 가족들을 가슴에 품고 함께 울고 저들을 위로하고 저들울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해 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만 한국교회는 저들을 다시 교회로 이끌 수 있고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벗어나는 안전사회(safe society)로 만들 수 있다.

 

2023130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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