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1㎏에 감춰진 쓰레기 77㎏…세탁기만 가득 채워 돌려도 탄소↓

사순절 맞아 '탄소 금식' 제안한 기독교 환경운동가 유미호 씨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2023.1.8)[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2023.1.8)[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 사람들은 지구를 4개 사용하는 것과 같아요."

유미호(57)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하 '살림') 센터장은 국제환경단체 '지구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의 지표를 인용해 한국인이 지구 생태에 가하는 부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평균적인 한국인처럼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면 지구가 4개 있어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GFN은 인간이 자원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배출해 생태 재생에 끼치는 영향을 감당하려면 지구가 몇 개 필요한지를 환산해 경고하고 있다.

1961년 한국인의 소비 패턴은 지구 0.25개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산업 발전과 더불어 생태 부담은 점차 커졌다. 1979년에 지구 1.1개 수준이 됐고 2018년에 3.99개에 달했다.

전 세계 평균은 지구 1.75개다. 한국인 1명이 지구에 가하는 생태 부담은 동시대를 사는 인류 평균의 약 2.3배인 셈이다.

이는 GFN이 작년에 내놓은 분석이다. 바탕이 되는 유엔 자료가 공표될 때까지 4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2018년 자료로 추산한 결과다.

22일 사순절이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 금식' 운동을 제안한 유 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사순절은 광야에서 금식하고 시험받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살리기 위해 기독교 신자들이 단식과 속죄를 실천하는 부활 주일 전 40일의 기간을 일컫는다.

탄소 금식은 종교적으로 절제를 강조하는 시기에 지구 생태를 지키는 실천에 동참하자고 촉구하는 운동이다.

탄소 금식 1일차 카드[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탄소 금식 1일차 카드[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 센터장의 주도로 2018년 시작됐고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한다.

그는 "신앙의 절기에 맞춰서 일상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존재를 실감하고 줄이는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삶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 33년째인 유 센터장은 환경이 과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는 환경 문제의 해법에 관해 "사람의 태도, 마음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만이 아니라 숨 쉬는 모든 생명이 살아가도록 하려면 (미래 세대로부터) 훔치고 있는 것(생태자원)을 갚아야 한다"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소 금식은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편의만 생각하는 일상이 환경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동참자에게는 배포하는 40일분의 디지털 카드에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계속 남습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해양 플라스틱은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와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를 죽이고 있습니다."(1일 차 디지털 카드)

쓰레기 가득한 세르비아의 림강(2023.1.30)[AP=연합뉴스 자료사진]
쓰레기 가득한 세르비아의 림강(2023.1.30)[AP=연합뉴스 자료사진]

카드는 "가정에서 폐기물 1을 모아 버린다고 할 때, 그 물품을 만들고, 포장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약 71의 폐기물이 생긴다"며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해악을 폭로하기도 한다.

지구를 살리는 구체적 방법도 카드에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탄소 금식 19일 차에는 세탁기를 돌릴 때 빨래를 가득 채워 물을 절약하라고 제안하고 27일 차에는 한 시간 소등을 권한다.

육식을 줄이기, 출근할 때 걷거나 자전거 타기, 지인에게 식물 화분을 선물하기 등도 탄소 금식의 방법으로 제시돼 있다.

탄소 금식 카드 등 관련 자료는 살림 웹사이트(https://eco-christ.tistory.com/1517)에서 신청하거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탄소 배출 감축은 가정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이 유 센터장의 지론이다.

그는 작년에 전국 7개 지역에 있는 교회 50여 개를 대상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관한 워크숍을 실시했다.

연간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이나 쓰레기 배출량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여러 교회가 냉·난방이나 자원 소비를 얼마나 줄일지 스스로 목표를 세웠다. 절약만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도 있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유미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유미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 센터장은 "참가 교회 중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교회도 있고 더 늘리겠다고 한 교회도 있다"고 소개했다.

근래에는 해외 선교에서도 탄소 감축 운동을 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살림은 쓰레기 줄이기 및 분리수거 교육용 교재인 '가볼로지(garbology) 삼총사'를 제작했는데 사막화 등의 문제가 심각한 몽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가 이를 몽골어로 번역하고 지역 아동을 상대로 교육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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