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캔터베리 대주교 수석직 인정안해" 통보

전례없는 사태…"영국은 그냥 영국의 길 가자" 격려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기독교 성공회의 글로벌 모임인 세계성공회공동체가 동성결혼에 대한 견해차로 내홍에 빠져들었다.

동성결혼 축복을 둘러싼 격론이 펼쳐지는 영국 성공회 시노드[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동성결혼 축복을 둘러싼 격론이 펼쳐지는 영국 성공회 시노드[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성공회의 보수모임인 글로벌 사우스 성공회 펠로십(GFSA)은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세계성공회 수석주교직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동성결혼 축복 결정을 비판하며 "현직 캔터베리 대주교는 더는 세계성공회의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캔터베리 대주교가 이끄는 잉글랜드 성공회도 더는 모교회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행동에 참여한 대주교는 12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이 세계성공회로 공인된 지부에 있는 인사들이다.

대주교들의 소속 지역은 남수단, 칠레, 인도양, 콩고, 미얀마, 방글라데시, 우간다, 수단, 알렉산드리아, 멜라네시아 등이다.

전 세계 42개 지역 성공회로 구성된 세계성공회는 1867년 설립된 이후 캔터베리 대주교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교황처럼 수직적 권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평등한 대주교들 가운데 첫째'라는 위상을 부여받고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성공회는 지난 10일 성공회 시노드에서 격론 끝에 동성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주교, 성직자, 평신도가 참여한 회의에서 250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181, 기권은 10명이었다.

이에 따라 성공회는 기도문을 수정하는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여름부터 동성커플이 결혼식 뒤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더타임스는 캔터베리 대주교의 리더십이 공식적으로 거부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GFSA는 자신들이 세계성공회를 탈퇴하지는 않겠지만 잉글랜드 성공회를 '수정주의 지역'으로 보고 아예 상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단체는 잉글랜드 교구에서 동성결혼 축복에 반대하는 교회나 모임을 지지하기 위해 주교들을 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성공회 내 보수진영의 불만은 2003년 미국에서 게이 성직자 진 로빈슨이 주교로 서임된 이후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성공회 교회인 감독교회는 2015년에는 동성애 커플의 결혼을 성공회에서 처음으로 허락했다.

성공회 내 보수 지도자들은 스코틀랜드 감독교회가 2017년 그 뒤를 따랐을 때 웰비 대주교에게 투표권 박탈 등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성공회가 동성결혼 축복 방침을 밝혔을 때 보수파들은 웰비 대주교가 위임받은 책임과 서임 때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동성결혼 축복을 지지한 벤 브래드쇼(노동당) 영국 의원은 "캔터베리 대주교가 성소수자를 평등하게 대우하려는 최소한의 조치를 권고했다가 그토록 꺼리던 내홍에 말려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탈식민주의 가식을 끝내라""동성애를 혐오하는 지역 성공회는 그냥 가버리라고 하고 여기에서 잉글랜드 교회의 일에 집중하자"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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