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어제 아침에는 오랜만에 봉서산을 넘어서 교회로 출근했습니다. 2년 만인 것 같습니다. 봉서산으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셋째 외손자가 얼마간 다녔던 곳입니다. 조금 더 지나서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첫째, 둘째 외손자가 작년 가을에 얼마간 다녔던 학교입니다. 그 길을 지나니까 꼬맹이들 생각이 났습니다. 얼굴들이 떠올랐습니다. 몇 차례 같이 갔었던 목욕탕에서도 그랬습니다. 저들이 물놀이하면서 뛰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때론 얄밉기도 했었던 얼굴들이 새삼 보고 싶었습니다.

봉서산에 올라서서 다시 생각나는 얼굴도 있었습니다. 한때 나름 부지런히 오르내릴 때 산에서 만났던 하나교회 교우들입니다. 그들 중에 지금도 매주 교회에서 만나는 분도 있지만, 지금은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 기도 속에 들어 있는 분들이니, 생각나고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대부분 하나교회의 지난 역사 속에 수고했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헌신과 수고로 오늘의 하나교회가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 어디 있든지, 하나님께서 다 갚아주시라고 나는 종종 기도드립니다.

그런 분들 외에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얼굴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교인들의 얼굴입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얼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한주 한주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지다가, 결국 다시 나오기 민망해서 못 나오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리미리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고 후회가 됩니다. 차라리 다른 교회라도 다니면 좋겠는데, 아예 교회를 다니지 않고 믿음에서 떠났을까 걱정됩니다. 다시 볼 수 있기를, 어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거의 3년간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실내에서도 권고 정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마스크를 한 얼굴이 자연스럽고 마스크를 벗으면 어색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때로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누군지 알겠는데, 벗은 얼굴을 보고 누군지 몰라 실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한 얼굴은 그 사람의 진짜 얼굴이 아닙니다. 진면목은 자신의 형편이 표정으로 잘 드러나는 얼굴이니까요.

봄이 옵니다. 보고 싶은 모두 얼굴들을 향해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솔로몬 왕이 술람미 여인에게 했던 사랑의 고백입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아가 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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