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그리고 하나님 / 정태호

 

아버지 하나님은

아부지는 아니지만 하늘이다.

무섭기도 하고 푸근하기도 하고

그저 통장 잔액이다

맘 놓고 꺼내쓰다가도

믿음의 무게에 스스로 놀라 확인해보는

채울 수 없는 무능력자의 비애

외풍이 심하던 어느 겨울 방안,

잠들기 전 멍게 해삼 사라고 외치는

골목길 행상 아저씨의 외침에

한 잔 거나해 들어 온 아부지의 입김

거슬리는 냄새에도 거부할 수 없는 야릇한 기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되기엔

애틋한 그리움보다도 야박하다

스스로 무덤 속 흙이 되어버린

기억 속 아부지를 못 잊을지라도

항상 곁에 머무는 아버지는

내가 못 박지는 않았건만

흙으로 빚어져 고난받아 죽으셨기에,

연륜으로 부활하는 4월의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글쓴이

정태호(수지 열방교회 장로, 시인)
정태호(수지 열방교회 장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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