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천헌옥 목사

 

동방의 등불 타고르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이 시는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조선을 위해 써준 메모 같은 시이다. 때는 1929328, 타고르는 일본을 세 번째로 방문하고 있었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가 그를 만나 조선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그는 일정상 방문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조선 민족에게 드리는 짧은 메시지를 즉석에서 써주었다.

동아일보 자료
동아일보 자료

동아일보 기자는 동년 42일자 신문에 조선에 부탁이라는 제목으로 주요한이 번역한 4행의 시 형식으로 게재하였다. 원래 타고르가 써준 것은 6행으로 된 영문 시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동방의 등촉이라는 제목의 시가 되었고 후에 어떻게 붙었는지 모르지만 아래 시가 덧붙여지면서 제목도 동방의 등불로 바뀌었다.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펴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이여 깨어나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86157, 인도 벵골주 콜카타의 저명한 브라만 가문에서 태어나 194187일 별세하였다. 그의 조부는 19세기 초에 영국 동인도회사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으며, 그의 부친 데벤드라나트 타고르는 힌두교의 개혁에 관심을 두어 마하르시’(위대한 성자)라는 호칭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913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가 동아일보 기자에게 써준 간단한 메시지가 발표된 뒤 조선이 일제 강점 하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기를 원했던 수많은 독립군과 애국시민들에게 마치 애창곡처럼 암송되고 노래같이 불렸던 시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막연하지만, 조선이 동방의 등불이 될 뿐 아니라 그 어느 누군가가 동방의 등물이 되기를 바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단과 사이비 교주들이 자기가 동방의 등불이라고 자천 타천으로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제 그 조선의 후신인 대한민국에서 동방의 등불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어떤 특정한 사람은 아니다. 사이비 이단은 더더구나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일까? 아직도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가 싸우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아니다. 그것으로 등불이 되지는 못한다. 경제일까?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보이기도 하다만 동방이라면 벌써 여러 나라들이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랐기에 그것도 아니다.

그것은 조선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그 무엇이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십자가로 수놓은 개신교회이다. 한국교회가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복음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희망의 등불이요 길 잃은 자들에게 생명의 길을 가리키는 등불이다. 우리는 그 등불을 등경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비추어야 한다.

우리 앞에 많은 숙제들이 있다. 교회를 향해 도전해 오는 도발적 인문학과 싸워야 한다. 동성애, 성평등, 자본주의 폐해와 사회주의의 폐해들과 맞붙어 싸워야 한다. 그래야 복음이 복음 되는 것이다. 그 복음의 등불을 등경위에 올려 비추는 것만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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