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땅을 읽고 상상하면서...

여행은 좋은 친구들과 하는 것이 최고

고신총회 서울남부노회 성경의땅 탐사 계획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2019년에 되었고, 2020년에 실행하기로 했다가, 만 3년이 지나서 지난 529일부터 66일까지 89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답사하는 여행이었다.

성경의땅 탐사 노회원들과 함께
성경의땅 탐사 노회원들과 함께

원래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노회가 지역 중심으로 개편된 후에 노회의 단합을 위한 것이었다. 서울남부노회는 남서울노회가 중심이 되고, 동서울노회 일부와 고려 측 서울남노회 등이 합류하였고, 서경노회도 일부 합류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였기에 서로 친목도 다지는 차원에서 성경의 땅을 답사하는 노회 전체 여행을 구상하였다.

목사 부부가 참여할 때 사모들의 비용은 노회가 모금해서 마련하고, 목사만 비용을 내도록 했다. 그리고 미자립교회들의 경우는 더 보조를 해 주었다. 코로나로 바로 시행하지 못하고 만 3년이 지나서 시행하면서 경비가 많이 올랐기에 개인당 50만 원을 추가 부담하는 상황이 되었다. 노회 임원회는 추가 모금을 해서 미자립교회 목사들에게 후원함으로 추가 부담도 상당 부분 부담해 주었다.

원래 3년 전에 비행기 예약까지 했다가 코로나로 취소되는 바람에 이미 수백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노회에 속한 교회들이 협조하고 노회가 매년 일정액을 추가 적립해서 재정에 부족을 채우게 되었다.

처음부터 성지 순례는 아니었다. 성경의 땅 답사 혹은 탐사로 규정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항공기의 비용이 급상승하여 충분한 날수의 여행을 하지 못하였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많이 보고 배운 답사였다. 또한 서로 배려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기도 하고, 인내하면서 모두에게 유익한 여행이 되도록 힘쓰면서 수고한 여행이었다.

서울남부노회 성경의땅 탐사
서울남부노회 성경의땅 탐사

 

요단 동편 요르단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성경의 땅은 이스라엘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르단을 23일의 일정을 잡은 것은 많은 유익이 있었다. 출애굽 이후 가데스 바네아를 벗어나서 요단을 건너기까지 모든 일정은 요르단 동편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압, 암몬, 시혼과 옥의 나라(바산과 헤스본), 모압과 에돔의 경계인 세렛 골짜기, 암몬과 모압의 경계인 아르논 골짜기를 지났다. 바울과 연결된 나바티안 왕국의 도시 페트라도 보았다. 모세의 마지막 장소인 느보산에서 요단 건너편 여리고를 바라보고 또한 신명기의 땅 모압평지를 내려다 보았다.

야곱의 얍복강을 보고, 숙곳에서 마하나임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았다. 왕의 대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고대의 이동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요단 동편 지역에 있는 나라 요르단은 페트라와 느보산을 제외하고는 개발이 되지는 않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곳곳마다 개발되고 단장되어 가는 이스라엘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러나 개발되지 않았기에 자연속에서 성경의 본문과 상상이 적절하게 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좀더 조직적으로 요단 동편의 역사를 살펴보는 기회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총평이었다.

 

성경의 땅과 물과 샘

성경의 땅인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척박한 광야이다. 누런 땅이다. 비가 와야 물줄기가 형성되는 와디들이 대부분이고 늘 솟아오르는 샘이 귀하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샘물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산다. 사람들이 살고, 나무들이 있는 곳은 모두 샘이 있기 때문이다.

갈릴리 호수 위로 올라가면서 요단강 물 근원들에서 솟아나는 물 근원들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텔단을 방문하면서 물이 넘치도록 흐르는 곳에 숲이 생기고 그곳이 에덴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여리고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10대 도시 중의 하나이고, 예수님이 시험받을 때, 시험산 바로 앞에 있으면서 도시의 영광을 보여준 장소로 알려지는 것은 바로 그곳에 마르지 않는 샘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근본은 물에 있다.

실제로 창세기 2장의 에덴동산은 별거 없다. 물과 사람이 있었기에 에덴이 되었다. 그러면 먹을 것이 나고 생명이 거할 곳이 되고, 일을 할 곳이 된다. 경작하고 지킬 자리가 된다. 물이 어디엔들 중요하지 않으랴마는 다시 한번 성경의 땅에서 물이 가지는 가치를 알게 되었다.

텔단을 방문하면서 물이 넘치도록 흐르는 곳에 숲이 생기고 그곳이 에덴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텔단을 방문하면서 물이 넘치도록 흐르는 곳에 숲이 생기고 그곳이 에덴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여행과 본문과의 거리감

유대 광야에 있는 쿰란 공동체의 자리, 그리고 각종 사본들이 발견된 굴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70년 유대 열심당의 최후의 항전지였던 마사다를 보았다.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으리라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다짐이 있는 자리였다. 사해 바다에서 부영체험과 진흙을 바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았던 곳이 새롭게 열려서 보기도 했다.

예루살렘 주변은 기념교회들로 넘쳐났고, 소위 비아 돌로로사(애통의 길)14개의 공식 거점을 만들어 두었다. 그러나 세 번 예수님이 쉬셨다는 지점을 비롯해서 지나친 전승이 오히려 상상력을 방해하는 것 같이 보였다. 예수님이 밟고 승천했다는 돌과 예수님의 시체를 염했다는 자리 등이 과연 사건과 전승의 간격을 정당하게 매우는지 질문하게 만들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모친 헬레나가 순례를 오면서 찾아낸 기념교회 자리들이 과연 이미 300년 이상의 간격을 채울 수 있는지 의문이 된다.

예루살렘과 성경의 유적지들은 그 지역에서 일어난 성경의 본문을 담으려는 신앙적 고백의 오래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성경의 유적지를 보는 다른 눈: 글 읽기

오랫동안 예루살렘에 거주하면서 한인교회를 목회하는 분이 안내자로 수고를 하였다. 많이 듣고 배우고, 그리고 많이 질문하면서 교제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여행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다. 가이드로서 어떤 입장과 방향성을 가지고 설명하는가? 그는 말했다. 배경과 역사 이야기와 실천적인 적용을 적절히 대상에 따라 강조하면서 한다고 했다. 목사 그룹들은 배경과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성도들의 경우는 적용을 더 강조한다는 말이었다.

성경의 유적지들이 고대로부터 인식되어 기념교회들이나 기념물들이 있는 경우에는 본문과 전승의 시작 사이는 짧게는 이백 년 길게는 이천년의 공백이 있기에 연속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본문의 사건이 그 주변에서 일어났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 건물이나 기념물로 서게 된다. 그 기억에는 신앙고백이 담기게 된다.

많은 유적지와 기념교회는 건물과 함께 많은 글을 담고 있다. 유적의 물건도 가치가 있지만, 글이 전체를 설명한다. 안내판과 같은 것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유적 자체에 기록된 짧은 글이지만 읽어낼 수만 있다면 그 건물의 건설자들이 가진 시대적 고백을 읽게 된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체포되어 심문받았던 가야바의 집 주변에 세워진 닭울음 베드로 교회 입구에는 이런 성귀가 적혀 있었다. 시편121:8절의 일부를 발췌하여 적었다.

"주가 너의 출입을 지켜주신다(Dominus custodiat intoritum tuum et exitum tuum)."

가야바의 집에 세워진 닭울음 베드로 교회 입구 주변 기념 교회에는 이런 성귀가 적혀 있었다. 시편121:8절의 일부를 발췌하여 적었다. "주가 너의 출입을 지켜주신다(Dominus custodiat intoritum tuum et exitum tuum)."
가야바의 집에 세워진 닭울음 베드로 교회 입구 주변 기념 교회에는 이런 성귀가 적혀 있었다. 시편121:8절의 일부를 발췌하여 적었다. "주가 너의 출입을 지켜주신다(Dominus custodiat intoritum tuum et exitum tuum)."

그리고 그 밑에 문에는 예수님이 가야바에게 심문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또한 교회 이름은 닭울음 베드로교회이다. 그 현장에 들어가서 베드로는 부인하고 예수님은 홀로 십자가를 지신다. 그러면서 예수님만이 이루실 구원의 길을 가셨다. 주가 너의 출입을 지키신다. 시편이 사용되는 새로운 지평을 본 것 같다.

두 번째로 읽을 수 있던 글이 있었다. 들의 목자들을 기념하는 베들레헴 들판에 있는 기념교회를 방문했을 때이다. 우리가 기념교회로 들어가는 순간 안에서 캐롤소리가 들려왔다. “저들밖에 한밤중에 양 틈에 자던 목자들

외국어로 들리던 소리에 우리 일행도 우리말로 찬송을 이어받고 힘있게 불렀다. 찬송하는 중에 위쪽을 바라보니 돔을 둘러싼 글자들이 보였다. 누가복음 2:14을 적어 놓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고, 땅에서는 좋은 뜻을 가진 자들에게 평화로다(Gloria in altissimis Deo, et in terra pax hominibus bonae voluntatis)"

베들레헴 들판에 있는 기념교회를 방문했을 때
베들레헴 들판에 있는 기념교회를 방문했을 때

우리의 찬송과 이 교회를 지었던 이들의 고백이 그때 그 목자들이 말씀을 들었을 때의 사건을 만나게 된다.

세 번째는 예수님의 수태고지를 들었던 마리아 기념교회이다.

예배당 전면에는 그림과 글들이 적혀 있었다. 천주교 전통의 교회였다. 제일 위에는 그림과 함께 성경 본문들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주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알리었다(Angelus Domini nuntiaum Mariae)"

그 아래에는 사복음서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그려있고 글이 아래 있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Verbum caro factum est et habitavit in nobis)."

그리고 두 글 사이에 양옆에 또 다른 두 개의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왼쪽에는 창세기3:14-15절에서 발췌된 원시복음이 적혔다.

"주가 뱀에게 말씀하기를 그녀가 너의 머리를 밟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녀의 발꿈치를 잡을 것이다." (“AIT DOMINUS AD SERPENTEM IPSA CONTERET CAPUT TUUM ET TU INSIDIABERIS CALCANEO EIUS”)

그 오른쪽에는 마태복음1:23절이 적혔다. 임마누엘 본문이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로 불릴 것이다." (“ECCE VIRGO CONCIPIET AND PARIET FILIUM ET VOCABITUR NOMEN EIUS EMMANUEL”)

이렇게 유적지와 기념교회에서 글을 읽어 그 유적지를 기념하는 공동체의 신앙고백을 읽어내며 우리의 고백을 비교하고 점검하기도 한다. 앞서 마리아 수태고지 교회는 천주교회이기에 원시 복음에서 마리아가 뱀의 머리를 밟는다고 3인칭 여성으로 읽고 있다. 우리는 3인칭 남성으로 읽는다. 히브리어는 3인칭 남성으로 읽지만 카롤릭 전통의 라틴역은 3인칭 여성으로 읽고 있다.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것 말고도 비잔틴 시대의 헬라어로 된 석문들과 모자이크들이 많고, 라틴어로 된 기념 비문들이 많이 있었다. 더 잘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유익이 있을 것이다.

15년 전 네덜란드에 있는 아뻘도른 신학생들과 다녀왔던 성경의 땅을 다시 우리 노회원들과 다녀오면서 조금 진전된 것은 유적지의 글들을 스스로 조금씩 읽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아쉬움도 많다

항상 비용 문제가 모든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더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하고 쉬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갈릴리 바다 혹은 호수를 내려다보는 좋은 호텔에 묵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더 휴식과 주변을 방문하면서 묵상하는 시간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60명의 인원 때문에 저녁 식사를 호텔식으로 선택했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나 빵 종류로 대치해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좋은 식당에 가서 잘 먹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식당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우리 노회의 경우 두 번 저녁 식사를 예정하지 않은 곳으로 갔다. 먹는 것이 여행의 중요한 지점이기에 그러하다.

비용 문제 때문에 최적의 비행기를 찾는 것도 문제였다. 갈 때와 올 때 둘 다 경유를 했다. 그런데 모두 밤을 새워 날아가거나 공항에 머무는 일정이 너무 힘이 들기도 했다. 갈수록 비행기를 타는 일이 여행 중 가장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여행을 정리하면서

역시 여행은 좋은 친구들과 하는 것이 최고이다. 서로 배려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기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좋은 동역자들로 서서 노회를 더 잘 섬기며 서로 격려하며 서로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모두가 말없이 섬기고 봉사하고 배려했다는 기억만이 남는 여행이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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