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 천헌옥
한 방을 날릴 수 있어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어서
극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어서
4번 타자로 세운 거겠지.
국회 발언자로 나선 그녀가
자타 인정하는 4번 타자가 되어
홈런을 치고 환호성이 울렸다.
너나(여야) 모두가 기립박수다.
장사치들은 시장에서
기업가들은 세계무대에서
예술가들은 무대에서
4번 타자로 홈런을 기대한다.
세월은 모두를 공동묘지로 이끌어가니
한때 날리던 4번 타자도 잊히고 만다.
허나 비록 일생에 홈런을 못 쳤더라도
마지막 남은 한 번의 기회를 붙잡으면 된다.
1:4로 지고 있는 게임 9회 말 만루 4번 타자
진정한 4번 타자는 인생을 잘 끝맺음하는 자
신체가 약하더라도 배움이 모자라더라도
주 안에서는 누구나 바울 같은 4번 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