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진 참여 홍보' 등 10건, 공정위 조사 요청

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카르텔 실체 드러나나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사교육 업체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과의 유착 의혹 2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위원이 참여했다고 홍보하는 출판사 등 허위·과장광고가 의심되는 10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입시 전문학원과 1타 강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경찰 수사 의뢰까지 더해지면서 사교육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했다는 평이 나온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차관 주재로 공정위, 경찰청, ·도 교육청, 한국인터넷감시재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사안에 대한 향후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가 개설된 지난달 22일 오후 2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총 261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46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28교습비 등 초과 징수 29허위·과장광고 37기타 149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법령 검토, 관계 부처 협의, 합동 점검 등을 진행한 결과 교육부는 일차적으로 경찰청에 2개 사안을 수사 의뢰하고 공정위에 10개 사안을 조사 요청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 사안 2건은 모두 신고 유형별로 볼 때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에 해당한다.

이 중에는 수능 학원 강사가 학생들에게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고 언급하고, 이후 예상 문제 유형을 수강생에게 직접 언급한 사례가 포함됐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사안이 특정돼 수사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개최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3.6.22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개최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3.6.22

경찰 수사에서는 수능 출제위원이 학원 강사를 통해 출제 내용을 실제로 유출했는지, 이 과정에서 금품 수수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에게서 문제를 사전에 입수해 수강생에게 알려준 유명 학원 강사 역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출제위원 대부분이 교사·교수라는 점을 고려해 이른바 김영란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출제위원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수능 출제 경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건에 대해 교육부는 입시 결과를 과장 홍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형 입시 전문 학원, 교재 집필에 수능시험 출제진이 참여했다고 홍보하는 출판사 등 표시광고법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집중 신고 기간이 이달 6일까지 진행 중이고 아직 교육부가 검토하지 못한 신고 건수가 더 있는 만큼 수사 의뢰나 공정위 조사 요청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는 서울·경기교육청과 함께 대형 입시 전문학원 19곳을 대상으로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선 결과 수강료 게시 의무 위반, 강의실 내 수강 인원 초과 등 학원법 위반 사항에 대해 벌점, 시정 명령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가 경찰 수사 의뢰에 나서면서 정부와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지난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비판하자 교육부, 공정위, 경찰청 등과 함께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꾸리고 수능 출제 당국과 사교육 간 유착 사례 등의 신고를 받아왔다.

아울러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유웨이와 1타 강사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도 착수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달 26일 대통령실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겨눠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교육계에서는 경찰 수사 의뢰도 수순으로 받아들여 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출제위원과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이런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수능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일부 대형 입시 전문학원과 교재 출판사의 위법·부당 행태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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