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3년 5년간 헝가리 의대 졸업자가 가장 많이 국내 의사고시 응시·합격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우리나라가 국내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게 자격을 인정한 해외 38개국 159개 의과대학의 구체적 목록이 나왔다.

'경쟁률 410:1' 의대 열풍…필수의료는 구인난(CG)[연합뉴스TV 제공]
'경쟁률 410:1' 의대 열풍…필수의료는 구인난(CG)[연합뉴스TV 제공]

국내에서 인정받은 외국 의대의 구체적 명단은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전체 리스트가 일반에 공개돼 눈길을 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실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 현황 자료' '보건복지부 인정 외국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응시 현황(20192023)' 자료를 10일 공개했다. (별도 송고된 [1]-1, [1]-2, [2] 참고)

이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외국 의대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26개 의대에 달했다.

이어 필리핀 18, 독일 15, 일본 15, 영국 14, 러시아 11, 호주 6, 아르헨티나 4, 우즈베키스탄 4, 헝가리 4, 남아프리카공화국 3, 폴란드 3, 프랑스 3, 뉴질랜드 2, 아일랜드 2, 카자흐스탄 2, 캐나다 2, 파라과이 2, 그레나다 1, 네덜란드 1, 노르웨이 1, 니카라과 1, 도미니카 1, 르완다 1, 몽골 1, 미얀마 1, 벨라루스 1, 볼리비아 1, 브라질 1, 스위스 1, 스페인 1, 에티오피아 1, 오스트리아 1, 우크라이나 1, 이탈리아 1, 체코 1, 키르기스스탄 1개 등이었다.

그간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해외 의대 리스트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민원인에만 일부 공개됐을 뿐이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일각에서는 의료계 종사자 일부만 이런 내용을 알고 알음알음 활용하고, 일반인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등 정보 불균형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이들 외국 의대를 졸업해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한국인 중에서 20192023년 최근 5년간 국내 의사고시에 가장 많이 응시하고 합격해서 실제 한국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헝가리 의대 출신들이었다.

헝가리 의대를 졸업하고 헝가리의 의사면허를 얻은 사람 중에서 이 기간 총 86명이 국내 의사면허 시험을 보고 73명이 합격해서 약 85%의 합격률을 보였다. 또 이렇게 합격한 73명 전원이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았다.

국내 의사 예비시험 자격요건은 의료법 개정으로 강화됐다.

199477일 이전까지만 해도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국내 의사면허 시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국내 의사 국시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해외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아야만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할 경우 의사가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편 헝가리 의대 등 외국 의대가 까다로운 국내 의료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우회 통로로 인기를 끌자 국내 의사단체도 견제의 움직임을 보인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이란 이름의 의사단체가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 졸업생이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의모가 문제 삼은 헝가리의 4개 대학은 모두 복지부가 고시한 인정 기준에 따라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외국 대학에 들어 있었다.

공의모는 이들 대학이 입학 자격, 입학 정원, 졸업 요건 등에 대한 학칙을 갖추지 않고 있고 모든 정규 과목의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의모는 나아가 헝가리가 한국 유학생에게 자국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련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2(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이 아니다"며 소송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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