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에 발목 잡혀…협회장 불법 의혹도

젊은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테니스가 중흥기를 맞은 가운데 테니스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테니스협회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 채무에 발목이 잡혀 행정이 사실상 마비되는 지경에 놓였다.

23일 테니스계에 따르면 대한테니스협회는 미디어·요식업 기업인 미디어윌에 진 수십억 원의 빚을 갚지 못해 협회 명의로 된 모든 통장이 압류된 상태다.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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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5년 테니스협회가 경기 구리의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테니스협회는 30면에 달하는 이 대형 테니스장을 정비해 한국 테니스 발전의 요람으로 키우려 했다.

날씨와 관계없이 테니스를 칠 수 있도록 지붕을 세우고 코트 표면을 정리하는 데에 30억원이 들었다.

이 돈은 당시 협회장이었던 주원홍 전 회장이 동생이 운영하는 미디어윌로부터 빌렸다. 그리고 원금을 갚는 대신 육사 코트 운영권을 미디어윌에 주기로 했다.

그러나 국립대인 육사 자산의 운영권을 테니스협회가 아닌 사기업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그린벨트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6년 협회장 선거에서 주 전 회장을 누르고 회장직에 오른 곽용운 전 회장은 이런 문제들을 이유로 미디어윌과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미디어윌은 테니스협회에 소송을 제기했고, 5년 법정 다툼 끝에 이겼다.

원금 30억 원에 이자가 붙어 테니스협회가 갚아야 할 돈은 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정희균 현 회장 체제가 2021년 초 출범한 뒤 테니스협회는 미디어윌과 합의를 이뤘다.

원금 반환을 유예하는 한편 이자 일부를 갚고 남은 이자는 매년 5억 원씩 분할해서 갚기로 했다. 대신 당초 계약대로 육사 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해 미디어윌에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테니스장 운영권 관련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이달 초 테니스협회 재산은 다시 압류된 상황이다.

돈줄이 막혀버리면서 테니스협회의 행정은 마비됐다. 당장 월급날인 오는 25일 직원 급여가 지급될지조차 미지수다.

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개인 돈을 출연해서라도 직원 월급은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 대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주니어테니스육성후원회라는 외곽 조직을 만들었는데, 후원회 계좌를 통해 테니스협회 이름으로 맺은 여러 계약의 후원금과 국제대회의 광고 수익 일부를 받아 개인 돈처럼 사용하는 등 불법 소지가 큰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낙찰가 14만원에 공인구 납품 업체가 선정됐는데도 실제 계약은 198천원에 하는 등 각종 계약 건에서 위법, 특혜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원회 관련 의혹에 대해 테니스협회는 "압류 때문에 협회 계좌를 사용할 수 없던 때에 후원회 이름의 두 계좌를 협회의 출납용 계좌로 만든 적이 있다. 이 계좌에 출납 된 내용은 모두 협회의 공식 회계장부에 기재돼 있다"며 부인했다.

공인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낙찰받은 업체가 상자당 14만원으로는 도저히 납품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해와 어쩔 수 없이 대한체육회 승인을 거쳐 납품 수량을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다가 단가가 198천원으로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테니스협회는 "당시 공모사업의 성공적인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면서 "공인구 수급이 안 될 경우 리그 진행 및 사업 자체의 진행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협회의 압류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의도치 않은 일들이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도 "협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불법적인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혹여나 부적절한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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