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걷고 더 늦게 받자'…보험료율 '12~18%·수급시작 나이 ‘66~68세’

'보험료율 15%+68세 수급시작+수익률 1%↑'은 돼야 70년 후 기금 유지

'보장성 강화' 빠지고 위원들 사퇴 '파행'…'기금조직 공사로 전환' 논란 예상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는 정부 내 전문가위원회가 보험료율을 끌어올리고 지급 개시(수급 시작) 연령은 늦추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우려를 덜기 위해 '더 많이' 연금 보험료를 내면서 '더 늦게' 연금 수급을 시작하자는 개혁안으로, 보고서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월급(기준소득월액)9%인 보험료율을 당장 2025년부터 한해에 0.6%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0.6%p씩 올려 12~18%로 상향'…보고서 공개[자료사진]
'국민연금 보험료율, 0.6%p씩 올려 12~18%로 상향'…보고서 공개[자료사진]

보장성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상향 제안은 논의가 파행되면서 결국 빠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들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어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더많이·더늦게·같은 수준' 핵심제안 없이 시나리오 나열

재정계산위는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험료율과 관련해서는 12%, 15%, 18%로 각각 올리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보험료율은 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이다. 현재는 9%인데, 직장가입자의 경우 가입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2025년부터 1년에 0.6%포인트씩 5년간 올려 12%, 10년간 15%, 15년간 18%로 올리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현재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소진 시점은 각각 2063, 2071, 2082년으로 늦춰진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과 관련해서는 66, 67, 68세로 각각 늦추는 3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201360세였으나 2033년까지 5년마다 1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조정되는 중이다. 올해는 63세인데 2033년 이후에도 같은 스케줄대로 5년마다 1살씩 늦추자는 방안이다.

기금소진 시점은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이면 2057, 67세이면 2058, 68세이면 2059년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포인트, 1%포인트 상향시키는 경우도 상정했다. 각각 2057, 2060년으로 기금소진 시점이 늦춰진다.

보고서는 이런 3가지 변수와 관련한 상황들을 조합해서 모두 18개의 시나리오를 내놨지만,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험료율을 12%까지만 올리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고 15%로 올리는 경우도 지급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하고 기금투자수익률을 1% 끌어올리는 경우만 2093년 기금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그 외에는 보험료율을 18%로 올리는 경우다. 보험료율 18%지급개시연령 68(기금투자수익률은 현행 유지~1% 상향 모두 목표 부함) 보험료율 18%기금투자수익률 0.5% 혹은 1% 상향의 시나리오에서 2093년까지 기금이 소멸되지 않는다.

명확하게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목표치를 고려하면 당장 내후년부터 보험료를 0.6%포인트씩 올리기 시작해 최소 15%, 혹은 18%까지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은 셈이다.

김용하 재정추계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사전 설명회에서 "모든 시나리오에서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연 0.6%포인트씩 같은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는 똑같은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드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수익률이 좋으면 보험료율을 14% 인상에서 멈출 수 있는 거고, 안좋으면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소득대체율 빠지며 위원들 사퇴기금조직 공사화 제안, 논란 예상

재정계산위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 유족연금 지급률(기본연금액의 40~60%) 60% 상향 가입연령 상한과 수급개시 연령 순차적 일치 출산크레딧 첫째아 출산 적용,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인정 등을 제안했다.

다만 소득보장 강화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부분은 논의가 파행을 겪다가 결국 빠졌다. 소득대체율 상향을 담은 시나리오를 '소수안'이라고 명시하려는 움직임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고 결국 관련 부분을 보고서에 넣지 않기로 했다. 이후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위원 2명이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다.

보고서는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과 관련해서는 수급액을 올리면서 현재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편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실제 연금기금을 굴리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금이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입자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칭)',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전문가 집단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집행조직인 '기금운용공사'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 위험자산 배분, 장기 재정추계 등 기금 운용의 큰 방향을 '기준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 공공기관인 기금운용공사가 투자를 실행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는 현행 체계 내에서의 개선 방안으로 전략적 자산배분의 기금운용본부 위임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 강화 기금운용본부 인력, 예산 분리 해외 사무소 추가 설치 및 인력 확대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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