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유정(19081937)애기라는 단편소설에 보면, 지금부터 100년 전만해도 거짓말이 예사롭게 여겨졌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혼사에서 그러했다. 한 노인은 임신까지 한 딸을 숫처녀로 속이고, 거기다 결혼하면 벼도 50석이나 주겠다며 사윗감을 구한다. 여기에 혹한 사람이 생겼다. 필수라는 이름의 한 청년은 아내가 도망하고 혼자 산 지 5년이 지났으나 이를 숨기고 신랑감으로 나선다. 그리고 자신이 의사라며 속이고 결혼한다. 김유정이 살던 시대가 그러했던 것을 잘 보여준다.

내가 청년일 때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중매쟁이가 하는 거짓말은 그냥 그런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연애하는 젊은이들까지도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거짓말로 자신들을 내세웠다. 자신이 대학생이라며, 00 대학교를 졸업했다느니 하며 거짓말을 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더러 있었다. 또 자기 집이 큰 부자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하는 여자들도 많았다. 나중에 이런 거짓이 드러나도 남자는 어딜 가든 우산과 거짓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웃고 넘어갔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다. 거짓말을 거짓말로 여기지 않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증거가 일곱 가지나 드러나도, 자신도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처는 이미 감옥살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당한 전 법무부 장관도 있다. 이 사람이 거짓말을 거짓말로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시 순진하게도 그 사람의 공적인 삶은 끝난 줄 알았고 측은한 마음까지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거짓 문서를 만들고 거짓으로 공금을 착복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국회의원도 하고 당대표도 되고 큰소리도 친다. 그들에겐 참 좋은 세상이다.

거기다 엊그제는 우리나라를 통째로 흔드는 대형 사고까지 났다. 거짓말이 없어진 대한민국을 확인해준 사건이라 할까? 유 씨라는 어느 판사는 온갖 비윤리와 범죄혐의로 범벅이 된 사람의 영장 청구를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대한민국에서 공의는 사라진 것일까? 무슨 거짓말이라도, 무슨 가짜뉴스라도 지지자들은 지지한다. 지지자들이 불의한 자들의 거짓을 진실로 만들고 의와 불의를 재판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은 위대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거짓을 참으로 바꾸고, 정의를 폭력으로 바꾸는 일부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거짓이 버젓이 행세하는 지금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고의 위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진보다 더 무섭다고 할까?

하나님, 우리나라는 윤리의 터가 무너지고 의의 기둥이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인간의 보편적인 상식이라도 통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켜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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