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영적인 싸움을 분명히 파악할 필요

무조건 반일 운동을 하는 시각은 지양해야

 

글쓴이: 김정기(우트레흐트 깜뻔 신학대학교 박사과정, 네덜란드 기독교정치역사 전공 )
글쓴이: 김정기(우트레흐트 깜뻔 신학대학교 박사과정, 네덜란드 기독교정치역사 전공 )

홍범도로 인해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홍범도의 사망시점은 80년 전이지만, 그가 우리의 뿌리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홍범도가 항일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현재 우리와 큰 갈등관계에 있는 공산권 소련과 함께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홍범도 육사 동상 보존을 주장하는 이들은 홍범도가 항일운동을 함으로 우리의 국가 정체성의 뿌리가 닿았고, 육군의 정체성이라 주장한다. 다른 이들은 한국의 시작은 해방 이후로 생각을 해야 한다며, 해방 이후 우리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공산권에 영향은 어떤 식으로도 용납되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한다.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홍범도 흉상 철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7/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홍범도 흉상 철거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7/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우리는 이런 시점에서 고신교회와 일본의 관계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고신교회는 일본에 대한 이해를 지금보다는 넓힐 필요가 있다. 일본이면 다 나쁜이들이라는 생각 전에, 지금 일본에서는 이전 일본의 과오와 관련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안다면, 일본에 대한 보다 정밀하게 바른 입장을 생각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고신과 일본의 관계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총신대학교 박용규 교수는 고신교회의 핍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초량교회와 마산 문창교회를 섬겼던 주기철 목사가 일본으로부터 겪은 핍박에 대해 그의 논문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저항운동 재평가(2016, 신학지남)”을 통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고신의 신앙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주기철 목사는 산정현교회를 목회하는 와중 세번 옥고를 치루었는데 신사참배를 이유로 1938년에 처음 5개월간 징역살이를 했다. 주 목사가 첫 옥살이를 마친 후 인도했던 예배에 참석했던 안이숙 씨는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도 흥분이 되어서 주먹으로 꽝 하고 강대를 쳤다. 동시에 벼락 같은 웅장한 소리로, “이같이 거룩하신 하나님을 우상이 무서워 배반하는 행동을 하자는 모독배들은 모두 이 자리에서 떠나가라”하고 고함을 질렀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가증스럽고 있을 수 없는 모독이다” 하고 또 고함을 쳤다. 그 소리는 벽력 소리였다.”

이런 주목사는 이후 노회의 결정으로 당회장 직을 상실한다. 1939년에 열린 37회 평양노회 노회록에는 아래와 주목사를 파면하는 결정이 기록되어 있다.

“안건 결의:

 

입석자: 평양서 송본 고등주임, 평양, 대동, 선교 3서의 고등계 형사대, 전평서 고등계 주임 현 평원 서장 청수천 경부

 

  1. 주기철 목사는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와 총회장의 경고문을 무시한 이유로 교회헌법 권징 조례 19조에 의하여 산정현교회 시무를 권고사직시키다.
  2. 이인식 목사를 산정한교회 당회장으로 임명하다.”

이듬해인 1939년 부활주일, 노회의 결의에 반대하는 산정현교회에 새로운 당회장을 앉히려는 전권위원회는 경찰의 호위를 받아 강단에 올라섰다. 이때 교회의 양재연 집사는 단으로 올라가 엄혹한 분위기를 무릅쓰고 찬송가 204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부르자고 요청했고, 전체 성도들은 20분간 이 찬송을 1절부터 3절까지 반복적으로 불렀다.

  1.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옛 원수 마귀는 이때도 힘을 써 모략과 권세로 / 무기를 삼으니 천하에 누가 당하랴.

  1. 내 힘만 의지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도다 / 힘 있는 장수 나와서 날 대신하여 싸우네

이 장수 누군가 주 예수 그리스도 만군의 주로다 / 당할 자 누구랴 반드시 이기리로다.

  1. 이 땅에 마귀 들끓어 우리를 삼키려 하나 / 겁내지 말고 섰거라 진리로 이기리로다

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 아멘.

끝내 경찰은 무력으로 양집사를 끌어냈지만, 성도들은 더 담대하게 큰 목소리로 찬송을 계속해서 불렀다. 일제 경찰들은 교회로 들이닥쳐 찬송가를 압수하고 이들을 마구자비로 구타했다.

5년뒤인 1944년 옥사한 주기철 목사는 영적인 항일투쟁을 벌인 사람이었지만, 일본의 인식에 대해서는 단순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그는 일본의 영적인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주 목사는 안이숙 씨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안이숙: “(일본인들이) 야만 중에도 가장 우악스러운 개만도 못한 야만인 족속으로 보이니 기가 막힙니다”

주기철: “우상을 섬기면 다 그렇게 되는 법입니다. 귀신이라는 것은 약은 것 같지만 가장 미련한 것이기 때문에 귀신들리면 높은 자도 지식인도 왕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안이숙 씨는 대화 내용으로 보면 일본인 전체를 싸잡아 야만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다소 진화론적 민족주의자적인 인식을 보인다. 그렇지만 주기철 목사는 일본인을 미워하는 표현을 하지 않았고, 모든 창조물들은 높든 낮든 우상을 섬기면 미련하게 변하기 마련이라는 핵심을 찔렀다. 안이숙 씨가 일본인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일본인들이 사악해진 배경에는 우상숭배로 인한 사단의 역사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짚었지만, 일본인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런 평가는 정확한 평가였다. 일본 동경 기독대학에서 교수로 봉사하고 있는 수레아 하레파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사참배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무렵 천황을 숭배하는 신사참배가 종교가 아닌 국가적인 배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가 아니기에 전 국민이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강요를 한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신사참배 이외에도 기미가요를 통해 천황 숭배를 강제했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와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가 정확히 천황을 숭배하는 종교적 행위임을 알고 있었고, 일본의 왕과 정치 지도자들이 영적으로 하나님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의 잔혹함의 배경에는 민족적인 후진성보다는 우상숭배로 인한 영적인 타락이 그 근본에 있었다고 문제를 짚었다.

수레아 하레파 목사는 일본의 보수 정치인들과 일부 사회집단이 다시 이런 신사참배 강요의 시도를 물밑에서 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일본의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아직도 신사참배가 종교적인 의식이 아닌 국가적 행사라고 잘못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패전 이후에 미군정은 신사참배가 정확히 종교적 의식임을 확인시켜 주었는데, 보수 정치인들은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들은 여전히 신사의 방명록에 ‘총리’ 등의 국가 직책과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면서 신사참배는 국가적인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레아 하레파 목사
수레아 하레파 목사

그렇지만 일본의 기독교도 형제들은 주기철 목사님과 같이 이런 시도들을 꿰뚫어 파악하고 있으며, 이런 시도들을 저지하고 있다고도 이야기를 전했다.

“많은 일본의 기독교인들이 고위공직자들의 신사참배 및 신사참배의 국가행사화를 막기 위해 시위와 항의 서한 전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헌법에 근거하여 총리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성도들은 이런 정치권의 시도들에 대해 관심이 없어 우리 일본의 목사들은 시민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레아 하레파 목사는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의 자녀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천황의 영생에 관한 가사를 담고 있는 “기미가요”를 의무적으로 불러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며 한국 성도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한일관계에서 정치권은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국익과 관련된 논쟁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은 이 땅에서의 육적 이익 이상의 것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 고신 성도들은 주기철 목사를 본받아, 일본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영적인 싸움을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 모든 일이라고 매도급으로 일본을 보는 시각은 우리의 뿌리 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주기철 목사님이 이야기를 하신 것처럼, 일본의 어떤 행동이라면 무조건 반일 운동을 하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일본 사람들에 대한 사랑함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흐르고 있는 영적 갈등을 보다 정밀하고 냉철하게 이해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은 아직도 흐르는 천황숭배와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해 영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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