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땅과 유대인들은 신약시대 이후 정말 끝난 것일까?

 

고명길 목사/ 고신대학, 고려신학대학원, 풀러신학대학원(수료), 인제대사회복지대학원(졸업)사)소망호스피스연합회, 노인요양원 소망의집과 천상소망요양원 대표
고명길 목사/ 고신대학, 고려신학대학원, 풀러신학대학원(수료), 인제대사회복지대학원(졸업)사)소망호스피스연합회, 노인요양원 소망의집과 천상소망요양원 대표

얼마전 고려신학대학원 은사님 한 분께서 최근 이스라엘-하마스간의 전쟁을 "유대인들의 귀환이 분쟁의 불씨", "일개 국가의 과격테러 집단과의 전쟁", "종교 극단주의의 충돌"로 말씀하셨다. 유대인들의 귀환은 과연 원주민들에 대한 침략일까? 아니면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예언의 성취일까? AD 70년에 멸망한 이스라엘과 현재의 이스라엘과는 어떤 연속성도 없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신학교에서 신약교회가 구약의 이스라엘을 대체했고 유대인과 이스라엘은 더 이상 선민도 선민국가도 아니라고 배웠다. 대부분 장로교 목사들은 그렇게 알고 설교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작금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서 이스라엘 회복이나 천년왕국 등 그 어떤 종말론 관련 설교도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성경 그 어디에 신약교회가 구약 이스라엘을 대체했다거나,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폐기했다거나 유대인들을 버리셨다는 말씀이 있는가?

오히려 바울 사도는 십자가 사건 이후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유대인들을 버리지 않으셨다고 했다. “내가 말하노니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셨느냐 결코 그럴 수 없느니라 나도 이스라엘인이요 아브라함의 씨에서 난 자요 베냐민 지파라”(11:1)

하나님이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는 그 유대인들, 그 이스라엘은 AD 70년 로마에 의해 멸망되었다. 그들은 세계 각처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스라엘은 역사 중에서 완전히 잊혀졌고 사라졌다. 초대교회를 지나 중세에는 카톨릭교회가 마치 이스라엘을 대체하는 것으로, 종교개혁 이후에는 개혁교회가 영적 이스라엘로 자처하며 모든 설교나 신학적 논의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 나라는 끝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45514일 갑자기 이스라엘이 옛 가나안 땅(팔레스틴)에 독립국가로 건국되었다. 이 이스라엘은 AD 70년에 멸망했던 그 이스라엘이고 그 유대인들이다. 바울사도가 하나님이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는 그 이스라엘이 우리 시대에 재등장한 것이다. 마치 초대교회 바울시대로 갑자기 귀환된 것 같은, 2천 년이라는 긴 간격이 갑자기 좁혀진 느낌마저 든다.

지난 107일 가자지구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했다. 그동안 세대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치부했던 이스라엘의 회복과 성전건축, 예수님 재림, 휴거, 7년 대환란, 천년왕국, 곡과 마곡의 전쟁, 이런 주제들이 이제는 많은 개혁주의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나는 전문적인 종말론 학자가 아니기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논증은 미흡하다. 다만 가나안 땅과 이스라엘에 대한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몇 가지 질문과 문제점을 제기해 보려 한다.

"하마스 전면해체"…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 준비완료[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하마스 전면해체"…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 준비완료[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1.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을 주셨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선민으로 선택하시고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창대케 할것이니 내가 네게 보여 줄 ''으로 가라"(12:1~2)고 명령하셨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난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도착하자 하나님은 "이 땅(가나안)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12:7)고 말씀하셨다. 심지어 그 땅의 경계를 애굽강에서부터 큰 강 유브라데까지 네 자손(이스라엘)에게 줄 것이라고 언약까지 세워 주셨다(15:18).

그러나 99세가 될 때까지 그에게는 자손도 없었고 법적으로 확보된 ''도 없었다. 약속은 성취되어야만 현실이 되고 실재가 된다. 자손은 이삭을 낳음으로 성취되었으나 땅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드디어 ''을 소유할 기회가 찾아왔다. 아브라함은 사라의 매장지를 헷 족속에게서 사고자 했다. 에브론이 "당신은 우리 가운데 있는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이니"(23:6) 아무 데나 원하는 곳 어디나 마음껏 묘지를 쓰라고 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굳이 땅값을 주고 사겠다고 했다. 은 사백세겔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헷 족속의 밭과 막벨라 굴을 자신의 합법적 소유지로 삼았다. 드디어 하나님의 약속의 ''을 합법적으로 소유케 된 것이다. 이곳이 바로 헤브론이었다(23:19)

은 하나님의 언약의 성취라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이 헤브론에 사라를 장사 지냈고 아브라함 자신도, 이삭과 리브가도 야곱과 레아(라헬이 아님)도 다 이곳에 한결같이 묻혔다. 마치 이 땅은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에게 주신 땅이라고 선언하고 주장하는 듯하다.

더 놀라운 것은 430년이 지난 후 갈렙도 이 땅 헤브론을 요구한다. 가나안 땅 분배 시 갈렙이 여호수아에게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14:12)라고 한 이 산지가 바로 헤브론(14:14)땅이었다. 당시 헤브론 땅은 요단강변처럼 결코 비옥한 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낙자손들이 있었고, 성들은 크고 견고한 산악지대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정복하기 힘든 산지 땅을 구했을까? 갈렙은 이곳 헤브론이야말로 가나안 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땅, 하나님께서 언약으로 주신 땅임을 진즉부터 알았었다. 눈에 보이는 비옥한 땅보다도 언약의 땅을 믿음의 눈으로 보았던 것이다. 나중에 갈렙 자신도 이곳에 묻힘으로 자신을 족장들 반열에 둔 것은 아닐까?

갈렙은 이방족속인 '그니스' 출신으로서 유다지파에 속하게 된 인물이다. 아브라함이 정복해야 할 땅 이방 족속 중에 '그니스' 족속이 포함되어 있었다(15:19) '그니스' 출신이 유다지파에 속하게 된 것도 놀랍지만 유다지파의 수장까지 된 것도 놀랍고 헤브론 땅을 요구한 것은 더 놀랍다. 갈렙이 이 헤브론을 점령하고 나자 "그 땅에 전쟁이 그쳤다"(14:15)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갈렙의 헤브론 정복이 가나안 땅 전쟁에 마침표가 되었다.

갈렙이 분배받은 헤브론은 훗날 다윗왕의 첫 도읍지가 된다(삼하2:1).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으로 이땅 가나안에 오셨고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다. 하나님의 구원계획은 철저하게 가나안 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약에 들어오면 구세주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서 믿지 않는 유대인들(유대교)과 믿는 유대인들(초대교회)로 나누어진다. 이 초대교회는 고넬료를 시작으로 이방인들로 확장되고 중세 로마 카톨릭을 거쳐 16세기 종교개혁을 통해 기독교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면서 개혁교회가 영적 '이스라엘'이라는 소위 '대체신학'을 확립했다.

 

2. '그 땅(가나안)''유대인'(이스라엘)들은 신약시대 이후 정말 끝난 것일까?

바울사도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셨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나도 이스라엘인이요 아브라함의 씨에서 난자요 베냐민 지파라"(11:1~2)고 하면서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9:3), "내 마음에 원하는 바와 하나님께 구하는 바는 이스라엘을 위함이니 곧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함이라"(10:1)고 하셨다.

바울이 만일 이스라엘이 다시 건국된 이 시대에 산다면 이같은 유대인들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울은 여전히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고 자신의 형제 골육인 유대인들의 구원을 위해서 사모하며 기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개혁교회도 마땅히 바울사도와 같은 입장이라야 되지 않는가?

심지어 이스라엘을 참감람나무로 우리 이방인들을 돌감람나무라고 했다. 바울은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우둔하게 된 것이라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으리라"(11:25~26)고 하면서 결국은 온 이스라엘이 구원 받을 것임을 예언했다. 귀환한 이 이스라엘인들이 결국 구원 받을 것이라면 이스라엘 회복과 성전건축 등도 예언대로 계속 이어지지 않겠는가?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의 유대인들이 AD 70년 전 그 유대인들이 아닌가?

지금의 이스라엘이 AD 70년 전 그 이스라엘이 아닌가?

하나님은 신구약 성경 어디에도 '그 땅'과 그 '이스라엘'을 버리셨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지금껏 우리가 신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과연 '이스라엘'을 지금의 '교회'가 완벽이 대체했다는 것은 성경적인가? 이스라엘과 교회는 그 출발과 기능과 역할이 각각 다르지 않은가?

대부분 개혁주의자들이 잘 설교하지 않는, 소위 세대주의에서 말하는 이스라엘 회복, 성전건축, 곡과 마곡의 전쟁, 예수님의 재림, 천년왕국, 아마겟돈 전쟁...이같은 주제들은 과연 세대주의의 전유물인가? 개혁교회에서처럼 영적으로만 해석할 어정쩡한 주제들인가?

성경의 예언처럼 만일 이스라엘의 회복(37:21~28)과 성전건축, 곡과 마곡의 전쟁(20:7), 예수님의 재림과 휴거, 천년왕국 등이 지금의 이스라엘과 함께 전개된다면 그렇지 않다고 가르친 개혁주의 신학자들과 목사들은 하나님 앞과 교회 앞에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혹 선생된 너희가 더 큰 심판을 받으리라는 책망은 듣지 않을까?

로마에 의해 멸망한 이스라엘이 2천 년이 지난 1945년에 다시 건국된 것은 예언의 성취인가 아닌가? 이스라엘 회복의 일환인가 아니면 시오니즘으로 팔레스틴 원주민들에 대한 점령이요 침략인가? 지금의 전쟁은 단순히 유대인들의 귀환이 불씨인 전쟁이요, 종교 극단주의의 충돌에 불과한 전쟁인가?“

작금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보면서 성경에서 말씀하는 하나님의 본 뜻은 무엇일까?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의 종말적 사건들은 상징인가 실재인가? 종말에 대한 개혁주의 입장은 과연 성경적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본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