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웹툰만 모은 별도 플랫폼 눈길…천주교 주보에 일상툰 연재하기도

'신과함께'·'극락왕생' 불교 웹툰 인기…불교, 유명 작가와 직접 제작도

종교와 웹툰은 생소한 조합이다.

통상 종교는 엄숙하고 경건한 것, 웹툰은 가볍고 재밌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교적 세계관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 교리와 신, 믿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웹툰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11월 12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주요 3대 종단에서도 웹툰을 직접 제작하거나 플랫폼을 만들고, 주보에 싣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종교 웹툰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유명작들은 대부분 불교 웹툰이다.

불교가 한반도에 오래 뿌리내린 만큼 전통설화, 민간신앙, 도교적인 요소와 버무려져 한국적인 판타지 장르에서 주요 설정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끈 웹툰 '신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불교 소재 웹툰 '극락왕생'[카카오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금지]
불교 소재 웹툰 '극락왕생'[카카오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금지]

'신과 함께 - 저승편'은 평범하게 살다 죽은 김자홍이 49일간 염라대왕 등 여러 왕이 관장하는 저승에서 재판받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요 등장인물인 진기한 변호사는 지장보살이 세운 법률대학원 졸업생으로 나온다.

과거에는 주로 불교의 색채, 세계관을 가져다 썼다면, 최근 들어서는 불교의 정신을 주제로 삼은 웹툰들이 눈에 띈다.

웹툰 '극락왕생'은 제목부터 등장인물, 주제 의식까지 모두 불교로 채웠다.

주인공 도명존자는 지장보살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협시고, 그가 관음보살의 명을 받아 귀신 박자언의 극락왕생을 돕는 이야기다.

또 다른 웹툰 '세화, 가는 길'은 배경이 사찰로, 상처받은 이들이 절에 모여들어 절밥을 해 먹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카카오페이지 기준 두 웹툰의 누적 조회수는 각 593, 202만회다.

이처럼 불교 소재 웹툰이 흥행하는 가운데 아예 불교계는 웹툰을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직접 제작에도 나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작년부터 김보통 작가와 함께 '걸어서 템플 속으로'를 만들어 카카오페이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지난해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웹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현세 작가와 경주 마애불을 소재로 한 웹툰 제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웹툰 플랫폼 '에끌툰' 홈 화면[에끌툰 갈무리. 재판매 금지]
기독교 웹툰 플랫폼 '에끌툰' 홈 화면[에끌툰 갈무리. 재판매 금지]

개신교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웹툰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독교 세계관 웹툰 채널을 표방하는 에끌툰이 대표적이다.

올해 오늘의 우리만화, 부천만화대상 신인상 등을 수상한 '요나단의 목소리'를 비롯해 '영생을 주는 소녀', '신앙이 예전 같지 않아' 등 개신교 소재 웹툰을 연재한다.

또 다른 개신교 콘텐츠 플랫폼 갓피플에서도 여러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다만 서사물은 거의 없고, 한 컷 만화 또는 짧은 만화 에세이 중심이다.

플랫폼별로 작품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

에끌툰 연재작에서는 개신교인들이 느낀 고민과 비판의식이 잘 드러나는 반면, 갓피플에서는 설교 내용을 그대로 옮긴 듯한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홍눈솔 작가의 천주교 소재 웹툰 '정오의 꿈툰'[작가 SNS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홍눈솔 작가의 천주교 소재 웹툰 '정오의 꿈툰'[작가 SNS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천주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웹툰을 수용하고 있다.

젊은 천주교 신자의 일상을 담은 웹툰을 성당 소식지인 주보에 실어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천주교 관련 인스타툰을 그려온 정오 작가의 '정오의 꿈(CUM) '이 지난해 11월부터 부산교구 청소년 주보에 연재되고 있다.

소소한 인스타툰도 많다.

현재 김이들 작가가 그린 '이들의 시낭(신앙)일기', 시안젤라의 '냉담자도 신자입니다' 등 천주교를 소재로 한 웹툰이 인스타그램에서 연재 중이다.

종단별로 웹툰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지만, 종교계에서 웹툰에 기대하는 역할은 비슷하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종교적 가르침을 보다 쉽게 풀어서 신도, 비신도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글보다는 시각적인 매체가 익숙해진 오늘날 웹툰이 젊은 층에게 익숙한 매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걸어서 템플 속으로' 등 웹툰 시리즈를 제작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사찰 별로 전해지는 설화가 있는데 이를 좀 쉽고 편하게 전달하려고 웹툰을 제작하게 됐다""책으로도 나와 있는 이야기지만, 젊은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김경윤 기자 =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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