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음식 싸고 버린 아랍어 신문을 무슬림들 코란 훼손으로 오인해 공격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파키스탄 파이살라바드 고즈라에서 있었던 기독교인에 대한 무슬림의 방화 사태는 아랍어 신문을 코란으로 오인한 데서 빚어진 참사로 밝혀졌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이준재 선교사는 지난 3일과 4일 현장을 방문하고 본보에 이메일을 보내 이같이 밝혔다. 이 선교사가 확인한 싸움의 발단은 이렇다. 고즈라 외곽 고리앙 마을에 크리스천 가정의 결혼식 하객 중 일부가 아랍어 신문에 음식을 싸왔던 것을 먹고 신문지를 버리자 이를 본 무슬림들이 신문을 코란으로 오인, 코란을 훼손했다고 시비를 걸어 싸움이 시작됐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무슬림들에겐 매우 중요한 책이다. 신성시하는 경전에 음식을 포장하고 이를 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결혼식은 난장판이 됐고 분노에 찬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의 집을 방화하는 사태로 번졌다. 또 무슬림들이 모스크에서 방송을 하면서부터 사태는 더 악화됐다. 흥분한 수천명의 무슬림들은 고즈라 기독교인 지역을 집중 공격해 교회 한 곳을 포함, 47채의 크리스천 주택을 방화하고 7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 소용돌이에는 강경 무슬림인 시파-이-사하바(Sipah-i-Sahaba) 그룹도 가담해 조직적으로 기독교인들을 공격해 피해가 더 커졌다. 이 사태로 파키스탄 인민당(PPP)과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사건 조사를 지시했고, 펀자브 주정부도 방화로 집을 잃은 기독교인 가정당 30만루피(420만원), 사망자에게 50만루피(7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이 선교사의 판단이다. "소수 타 종교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폐기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위 헌법 '295-c' 조항은 코란을 훼손하거나 무함마드를 비방할 경우 감옥에 보낼 수 있습니다." 고즈라 사태는 강경한 무슬림들이 295-c 조항에 의거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 이 선교사는 "파키스탄이 평화 공존의 건국 이념을 지키려면 이 같은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1947년 건국된 파키스탄은 이슬람과 소수 종교가 공존하는 국가를 지향했으나 그동안 꾸준히 이슬람화가 진행됐다. '295-c'는 그 과정에서 생긴 법조항으로 소수 종교인들이 박해를 받는 근거가 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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