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광객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도 공습 등 우려 베들레헴 찾기 꺼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이 올해는 조용한 성탄절을 보낼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성대한 축제를 열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용한 성탄절 보내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조용한 성탄절 보내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2월 10(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성탄절을 약 2주 앞둔 베들레헴은 평소와 달리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한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들리지 않고 트리도 찾아볼 수 없다. 거리는 반짝이는 조명이나 인파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현지 숙소도 손님 없이 텅 비었다.

통상 성탄절 기간 베들레헴에는 15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리지만, 올해는 기독교 최대 성지로 꼽히는 '예수탄생교회'(Church of the Nativity) 내부 지하 동굴도 한산한 상황이다.

베들레헴 중심가에 있는 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장소로 알려진 마구간 위에 세워진 기념 교회다. 마구간 위로 교회가 들어서다 보니 탄생 장소는 자연스럽게 지하 동굴 같은 형태 안에 남게 됐다.

올해 베들레헴에 성탄절 분위기가 사라진 건 현지 교회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이 겪는 고통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07일 개전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는 17천 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보건부는 전날 집계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 외에도 수천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인구 약 220만 명 중 85가량이 피란길에 오른 가운데 기본적인 물, 식량, 숙소조차 찾기 어려운 인도적 위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리스 정교회 사제 이사 탈지에(40)"형제자매들이 죽어가는데 성탄절을 축하할 수는 없다"면서 "그들은 슬픔에 잠겨 있고 우리는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지에 사제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그리스 정교회를 믿는 일가족이 공습으로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들레헴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 지아드 반닥(57)은 지난 50일 동안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면서 "하루 종일 앉아서 주사위 놀이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 관광객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도 공습 등을 우려해 베들레헴을 찾기를 꺼리고 있다.

서안지구 도시 제닌에 사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조지 하다드(40)"이곳(베들레헴)과 제닌 사이에는 검문소만 34개가 있다"면서 가족들이 이동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제닌에서는 지난주에만 8, 15세 어린이 2명이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다만 베들레헴은 지난 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내 성지를 보호하는 일을 맡은 이탈리아 수사 프란체스코 패튼의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학생들로 구성된 의장대가 깃발을 흔들며 패튼 수사의 베들레헴 방문을 반겼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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