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최광희 / 행복한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Th.D.)

요즘은 도대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다 가 버렸네.”

이런 말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그는 아마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정말이지 요즘에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것일까요? 주일 지나고 돌아서면 벌써 주일이 다가와 있습니다.

흔히 사람은 나이에 따라 세월이 가는 속도가 변한다고 합니다. 20대에는 시속 20킬로로 가던 세월이 50대가 되니까 50킬로, 80대가 되면 시속 80킬로로 빨라집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과 생체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몸속에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시계가 느려지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가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에게 스톱워치를 주고 1분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멈추라고 했더니 젊은이는 55초에 멈추었지만 반면에 나이 든 사람은 71초에 스톱워치를 눌렀다고 합니다. 스마트 폰에 스톱워치 기능이 있으니 한번 실험해 보시면 이 말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이런 현상은 꼭 나이와 관계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이 어떤 굉장히 흥미 있는 일에 몰두하면 생체 시계가 느려지는 정도를 넘어 거의 정지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딱 30분만 하기로 했지만 말리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계속합니다.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배가 고픈 것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런 노래도 있지 않습니까?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이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른들도 똑같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어른들도 바둑에 빠지거나 놀음에 빠지거나 하면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이 옛날에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놀음하다가 출근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요? 혹은 어떤 재미있는 책을 붙들면 밤이 깊은 줄을 모르고 읽는 일도 있고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볼 때도 그런 경험을 합니다. 왜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금방 끝나 버릴까요?

이런 일은 비단 노는 것만이 아닙니다. 어떤 일에 심취한 사람도 시간이 가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이런 심취는 매우 창조적으로 작용합니다. 어쩌면 시간을 잊고 자기 일에 심취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사람이 시간을 잊고 심취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할 일이 없어 인생이 지겹다면 얼마나 불행한 사람입니까?

 

그런데 가장 중요하고 바람직한 것은 영적인 활동을 할 때 그렇게 심취하는 것입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어야 진정한 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면 언제 한 시간이 끝났는지 아쉬워해야 합니다. 예배 시간에 연신 시간을 확인하며 저 설교가 언제 끝나려는지 조바심을 낸다면 아직 은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혹은 기도를 5분 했는데 한 시간 동안 한 것 같이 느껴지거나 성경을 한 장도 못 읽고 벌떡 일어나 버린다면 참 곤란하겠죠.

저는 종종 성경 세미나를 인도하면서 그런 경험을 합니다. 저녁 810분 전에 강의를 시작해서 쉬지도 않고 120분 강의를 하고는 1010분 전에 강의를 끝내겠다고 하면 여기 저기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제가 개그맨이나 연예인도 아닌데 120분이나 쉬지 않고 성경만 가르쳐도 이렇게 말씀에 빠질 수 있는 성도는 얼마나 복 받은 분들입니까? 또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단 말인가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목사 또한 얼마나 행복합니까?

모든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각자의 나이에 따른 생체 시계에 지배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는 영적인 시계에 지배를 받고 살아야 복됩니다. 영적인 일에 몰두하느라 우리 속에 있는 시계가 한없이 느려지는 이런 경험을 날마다 반복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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