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실내외 걸음걸이 즉각 개선"

손발을 떨며 종종걸음을 걷다 갑자기 멈추는 증상이 있는 파킨슨병 환자가 착용하면 다리 움직임에 맞춰 고관절 운동을 도와 자연스럽게 걷을 수 있게 해주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robotic exosuit)이 개발됐다.

파킨슨병 환자 자연스럽게 걷게 해주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로봇 엑소슈트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착용형 로봇으로 다리를 움직일 때 엉덩이를 부드럽게 밀어줘 환자가 보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Walsh Biodesign Lab/Harvard SEA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킨슨병 환자 자연스럽게 걷게 해주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로봇 엑소슈트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착용형 로봇으로 다리를 움직일 때 엉덩이를 부드럽게 밀어줘 환자가 보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Walsh Biodesign Lab/Harvard SEA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하버드대 존 A. 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원 코너 월시 교수팀은 6일 과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다리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하고 이에 맞춰 엉덩이에 힘을 가해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하게 해주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73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실내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증상 없이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걷고, 실외에서도 이 장치 도움이 없을 때보다 훨씬 먼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전 세계 900만 명 이상이 앓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환자들은 손발이 떨리는 수전증과 함께 걸을 때 종종걸음을 하거나 갑자기 발을 못 움직이는 보행 동결(gait freezing) 증상을 보인다.

보행 동결은 파킨슨병 환자의 낙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다양한 약물, 수술 및 행동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10여년 간 뇌졸중이나 루게릭병 등 이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앓는 환자를 돕는 보조 및 재활 로봇을 연구해온 월시 교수는 이 연구에서 뇌졸중 후 보행 재활 훈련을 위해 사용했던 기술을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했다.

착용형 소프트 로봇은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케이블 구동 작동기(actuator)와 센서로 구성돼 있다. 센서가 다리의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면 컴퓨터가 이를 통해 걸음걸이 단계를 추정하고, 그에 맞춰 고관절 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게 엉덩이 부분에 힘을 가해준다.

연구팀은 착용형 소프트 로봇을 73세 남성 파킨슨병 환자에게 6개월간 적용해 효과를 검증했다. 이 환자는 수술과 약물 치료에도 하루에 10회 이상 심각한 보행 동결로 자주 넘어지는 증상을 보이는 상태였다.

그 결과 이 환자는 특별한 훈련 없이도 실내에서는 보행 동결 증상 없이 훨씬 빠르게 오래 걸을 수 있었고, 실외에서도 이 장치가 없을 때보다 보행 동결이 훨씬 줄어 자연스러운 걸음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착용형 소프트 로봇이 보폭을 더 넓힐 수 있게 도와주고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발을 훨씬 많이 끌게 된다"면서 "이 장치가 파킨슨병 환자가 걷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시 교수는 "부드러운 옷 같은 착용형 소프트 로봇의 기계적 도움만으로도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이 즉각 개선됐다""이는 파킨슨병 보행 동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치가 파킨슨병 환자들이 이동성뿐 아니라 독립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고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보행 동결 발생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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