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글쓴이: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오래전, 전도사로 교회사역을 시작할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4~6학년의 적지 않은 150여 명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처음이기에 나름대로 잘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중에 공과 공부를 할 때 일반적으로는 4학년 1, 4학년 2반으로 이어지는 획일적인 반 이름을 창의적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여덟 글자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름을 지으라고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설명도 하고, 서로 토론도 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반에 대한 애착이 생기겠다 싶었습니다. 한 달간 시간을 주었는데 꽤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이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반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녀의 비율이 비슷한 반에서 남자애들은 다윗반, 여자애들은 장미반이라는 이름으로 하겠다는 주장이 팽팽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지으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상대를 설득시켜 보라고 했습니다.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한 후에 재미있게 이름을 지어 올 줄 알았는데 정작 그 반의 선생님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사소한 이 일로 인해서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편이 나뉘었고 끝내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만날 때마다 싸움으로 번지면서 마침내는 인신공격까지 하는 사태가 되어서 감당하기 힘이 든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자신들의 논리는 나름대로 있겠지만 그 일로 인해서 싸울 정도는 아니다 싶어서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제안을 했습니다.

너희들의 주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반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하나가 되어야 전도가 가능하니까 장미와 다윗을 합치는 것은 어떻겠어? 라고 물었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라고 하길래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장미꽃을 든 다윗반> 그러면 딱 여덟 자로 맞아떨어지고 서로의 마음을 담은 최고의 이름이잖아! 라고 했더니 모두가 좋다고 박수를 쳤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주장과 논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을 가르지만, 더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나가 됩니다. 논리보다는 더(the) 사랑입니다. 특별한 그 사랑이 우리 안에 있으면 누구든지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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