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헌 목사(고신교회 담임)
김경헌 목사(고신교회 담임)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수년 동안 고려학원이 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두 번의 고신총회 부총회장에 출마하면서도 계속 골든타임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반응은 고려학원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혹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위기를 조장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년 동안 이사회 내에서도 위기론을 외치며 투쟁한 분들이 있었음에도 정치논리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최근 고려학원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셨던 분들이 위기론을 언급하며 대처하는 모습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도회를 하고, 모금 운동을 하며, 구조조정을 비롯한 혁신을 강조합니다. 이제라도 고신호가 침몰하고 있다.”라는 위기를 인정하고, 공감하며, 노력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입니다.

그런데 교단 지도자들의 작금의 이러한 노력이 정말 우리 교단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짚어 봅니다.

교직원에게 헌신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일정 부분 강요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계약직에게 헌신을 요구한다는 것은 일종의 횡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교직원의 기부금을 모금해도 한 달 치 급여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고신대의 재정 파탄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매년 전 교직원에게 기부를 요구하고, 강의료와 연구비, 그리고 각종 수당을 삭감하며, 구조조정을 연례 행사로 하면 학교를 정상화할 수 있습니까?

재학생 등록률과 신입생 충원 결과를 보면 매년 100억 이상의 적자가 날 것이 분명한 사실인데, 전체 고신 교회가 다 달라붙어 매년 100억 원의 헌금을 할 수 있습니까? 한다면 학교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

정원을 감축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며, 행정 조직을 개편하는 구조조정에는 사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런 예산 확보 없이 소위 정직원을 해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같으면 해고되는 대로 따를 수 있습니까? 결국, 일부 계약직과 일용직을 정리하는 선에 그치는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시작부터 알 수 있는 데, 이것이 과연 고신총회 앞에 내어놓는 책임 있는 대안입니까?

고신대학교의 재정 악화로 의대생들의 등록금이 의대 운영비로 사용되지 못하는 가운데 영도와 송도 간의 갈등이 야기되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지적해온 직전 의대 집행부는 고려학원 이사장과 이사회에 의해 특별감사를 받고 물러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입니다.

또한, 부산의 다른 14개 대학들은 함께 조직을 구성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신대학교의 이름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고신대학교는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자진 사임한 바로 그와 같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심도 있게 논의하지도 않으면서 기도회와 교회 모금 운동만을 벌이는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를 기만하는 무책임한 행위입니다. 저를 기도회를 헐뜯는 사람으로 몰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회의 정성 어린 사랑을 깎아내리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확한 진단과 분석 없이 기약도 없는 교회의 고혈을 짜는 외식적인 퍼포먼스와 눈속임을 중단하자는 것입니다. 교회를 위해 기관이 존재하지, 기관을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과 제안을 합니다.

첫째, 교육부를 비롯한 부산광역시의 대학지원 예산 수주 없이 1년에 100억 이상을 매년 총회 산하 교회들이 감당할 수 있습니까? 이번만 모금 운동에 참여하면 괜찮아집니까? 언제까지, 얼마를 모금하실 계획입니까?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가 없다면 자신의 임기만 넘기자는 식의 대처 방안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교회를 기만하는 행위를 멈추고, 제대로 된 분석과 진단을 고신교단 앞에 내어놓으십시오.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어 지원받는 방법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반드시 수주해 내도록 해야 합니다. 수주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와 총회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둘째, 고신대학 전체 학생 수 3,300여 명 중, 의대와 간호대를 제외하면 몇 명이나 등록했으며, 또 할 수 있는지요? 2,000-2,500여 명의 학생으로 대학 운영이 가능합니까? 가슴 아프지만, 학생 수가 줄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교수의 수적인 조절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이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신학대학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 수에 정비례하여 신대원 교수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교수의 수를 조정하고, 신학대학원의 규모를 줄여 운영할 대책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셋째, 이런 내용을 기반으로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주십시오. 이것을 바탕으로 전체 고신교단이 이해할 수 있는 단기, 중장기 발전계획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래야 눈 가리고 아웅하는 미봉책으로 인한 외줄 타기 교단이 아니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책임 있는 교단이 될 것입니다.

 

나가면서

미봉책으로는 침몰하는 고신호를 구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잘못을 미봉으로 적당히 넘어가면 그 잘못을 다시 반복하기 쉽습니다. 일은 근본을 살펴서 대책을 세워야 허술함이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고신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신총회, 고려학원 이사회, 그리고 고신대학교 집행부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누군가는 반드시 그 책임을 지고 앞장설 때 고신대학교와 우리 고신교단은 회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의 주장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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