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암동 어느 카페의 야외 전시물/ 사진@김대진
서울 부암동 어느 카페의 야외 전시물/ 사진@김대진

 도시 / 조성우 (재미 시인협회 시인, LA  city home & garden 대표)

 

1.

조선이 남긴, 부정부패에

어두웠던 시절

가난이 불러온 식생활에

오륙십 대 단명의 비애를 겪으며

 

새날의 빛을 되찾아

쑥개떡에 허기를 달래며

살아온 젊은이들

신풍 운동에 등진 고향

삶을 찾아 향하던 발길

 

도시

 

설움 안고 찾아가

온갖 세상일 겪으며

비정에 몸부림치던

절망과 희망이 꿈틀대던

역동의 세월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던

노동자와 함께 꿈을 안고

오천 년의 가난을 딛고 일어선

 

그곳에

 

대한민국 산업화

꿈도 사랑도 행복도

나라의 번영도

들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모진 시련 극복은

오늘!

백 세 시대를 넘어

 

세계 십 대 강국으로

이끈, 신의 영토

금수강산

 

동방에 등불

대한민국을 보라

 

너 또한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2.

헐벗고 굶주린 가로수

거리를 지키며

보초를 서고있다 

덕지덕지 쌓인 내면의 고뇌

찬 바람에 털어내며

크리스마스이브에

고향 떠난 방랑자처럼

지새우는 밤

 

용서의 불빛 찬란한데

 

풀 한 포기 누울 데 없는

저 회색빛 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외로이

떠나보낸 도시

 

만리부 해변 바윗돌

그리움 달래며 앉아있는가

 

먼먼 여정의

반환점 없는 마라톤

나도 달려 가리라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

청산으로 가는

외진 길

 

3.

오색 찬란한 네온사인

현란한 음악

 

광란의 불빛 폭탄주에

껄껄대며  술에 취해 우쭐대는 고층빌딩

 

어둠이 깔린 거리

내게서 네게로 가는 골목길

 

달빛도 깨어나

웃음 짖던 그리운 얼굴들

 

삶의 여정

 

아픔도 있고

시가 있고

사랑도 있었지

   

지나온 세월  

삶의 모퉁이마다 

서성이는 그리움이여

 

4.

로스앤젤레스 창공을

날아오르는 갈매기

두리번거리는 눈동자

 

표정 없는 다민족 문화

거리마다

몰아치는 폭풍우에

길을 잃었나

끼욱끼욱 목 노아 부르는 너는

누굴 찾고 있느냐

 

집 나간 자식처럼

세상을 떠도는 백의의 새

 

난파선처럼 파도에 부서지는

인생의 사각지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천사의 도시

 

갈매기도 바다 인양

어데론가 날개를 펴고 날고 있구나

 

 

5.

채우지 못한 월 페이에 밀려

둥지를 떠난 사람들

밤을 태운다

 

잠을 청하며 별을 혜는

컷 훌라워 박스 속

 

길 건너 아파트

둥지를 바라보는

슬픈 밤

 

여명의 시간

종교인의 봉사 활동에

먹다 남은 아침밥

길가에  내던지고 가면

청소부가 또 땀을 흘린다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정상이 아닌 세상

미처 돌아가는 거리

부랑자

사채업자

사기

부도에 쓰러진 기업

폭력

살인

도로에 무법자

 

힘들고 지친 사람들 

묵은때 벗어던지며

맞이하는 송년

새로운 날들의 염원

 

불법체류자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6.

신의 덧칠에

푸르러져 가는 오월

 

모내기에

들려오던

맹꽁이 울음

어울려

청개구리도 슬프게 울고

덩달아 개구리도 울었지

 

창공을 차오르는

종달새 소리

고향은 봄이 한창인데

 

두고 온

개구쟁이 친구들

강변 피리 소리에

우윳빛 도시를 걷어차며

깨어난, 봄밤  

 

아! 환청

 

7.

아스팔트 위로 비가 내린다

깨어진 틈 사이로 돋아나는 잡초

생존의 힘

 

탈출구 없는

숨 막히는 벽

나가려 발버둥처도

성문에 가로막힌

삶!

 

돌아보며

찾아가는

 

부(富)도

명예도

사랑도

기나긴 여정

 

묻어둔 욕망

뿌리 내린 회색빛 도시

 

8.

링에 오른 권투선수처럼

인정사정없는 시장

 

개업식 몇 달 만에

소리 없이 떠나간 이웃

 

계산기를 두드리다

훌쩍 떠나고 싶은 곳

 

삶의 무게가 천만 근인오후

세월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인생

 

파도처럼 밀려왔다

흩어지는 상념

 

갯바위에 서서

폭풍우를 바라보는

저 푸른 바다

 

9.

푸른 바다를 유영하던 등 푸른 친구들

그물에 걸려 바깥세상에 나와

배를 타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도시로 모여든다

 

저 먼 북대서양

극동 어장

동해에서

캄차카반도에서도 날아온 녀석들

만난 수족관

지난 이야기에 밤이 시끄럽다

어떤 녀석은 죽음 뒤의 이야기를

주술처럼 줄줄 엮어낸다

도시는 농촌과 바다의 이야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수족관은 오늘도 몇 놈이

행방불명되었다고 야단법석이다

 

10.

조선의 끝자락

갓끈을 고쳐 매기도 전에

포화 소리 이 강산을 흔들고

전 국토가  폐허가 된 한반도

 

남북으로 갈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죽고 죽이며 체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선을 남긴 채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해 달려왔고

북한은 공산주의와 공동농장을 향해 달려갔다

 

신은

남북으로 갈린 국민에게 각자의 기회를 주셨다

칠십 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국민은 배고파 굶어 죽고

성경을 가졌다고

남한 방송을 본다고

서울말을 한다고

탈북한다고 총살당하는

오늘

 

그들의 남쪽

 

보라, 대한민국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를

 

신은

세상의 타락을 이 강토에 묻고

새롭게 세우셨다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 어울려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행복이 익어가는

세계인의 도시 대한민국

그것이 자유의 힘이다

 

당신이 보기에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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